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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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고

p.327

나는 잠을 잘 때 문쪽과 북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잔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장소 가게 되면 꼭 북쪽이 어느 쪽인지 체크를 하고 베개를 둔다. 언제, 누구로부터 들어왔는지도 모를 그 이야기를,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면 안 좋다는 말만 듣고서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손 없는 날에 이사를 해야 좋다는 이야기처럼.

그런데 이 이야기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에서 언급된다. 그리고 내가 행해왔던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자세히 나오는데, 그때의 놀라움과 오싹함이란! 아... 왠지 앞으로 더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잠들지 못할 거 같다.

내가 멋모르고 행했던 행동에 '죽음'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나로서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죽음'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전 소소하게 읽고 있는 로맨스 소설의 소재만 보아도 그렇다. 어느 시점으로 회귀를 한다거나 본래의 자신은 죽고 다른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이야기가 요즘 많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이야기도 책에 있다! 그것도 무려 삼국유사 "대성효이세부모신문대"와 "선율환생"의 이야기이다. 사람의 영혼이 다른 육신을 새로이 얻게 되는 대성의 이야기는 '자유혼의 전이'이고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본래의 육신으로 되돌아오는 선율의 이야기는 '자유혼의 반환'이라고 한다. 와~ 이 이야기를 또 이렇게 만날 줄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오히려 사람 목숨과 직접 관계가 없는 경우에 심하게 죽음을 남용하기도 했다. '나무가 죽는다', '목이 말라죽겠다.', '배가 고파 죽겠다.', '기가 죽는다' 등 과장법이 더해진 표현들을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죽음'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이 책 제목에 들어간 '죽음'이라는 글자를 보고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으니... 아마 서평단의 책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외면했을 '죽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삶과 알게 모르게 함께하고 있는 떼야 뗄 수 없는 '죽음'.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외면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단 한 번의, 오직 나만의 죽음조차도 이방인 대하듯 하기 마련이다. 언제 어느 때, 그가 나그네처럼 찾아들기 전까지 우리들 각자의 죽음은 멀고 먼 낯선 곳에 웅크리고 있을 또 다른 이방인에 지나지 않는다. 막상 그가 내 곁에 왔을 때도 그는 복면을 하고 나는 그를 모른 척하기 십상이다. 이리하여 우리들 삶과 죽음은 서로 이방인이다.

p.36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한국인의 죽음론'을 부제로 가지고 있으며 아마도 한국 인문학 영역에서 최초로 간행되는 '죽음론'일 법도 하다고 저자가 책 머리에서 언급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에 대해 나온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갖는 공포감이 무엇 때문인지 또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무섭다고 하거나 두렵다고 하는 그 느낌은 본능적인 것인지, 죽음에 대한 샤머니즘과 신화적인 히어로 스토리, 그리고 무속 서사문학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포스러우면서도 허무함을 느끼게도 하는 죽음은 철저한 삶의 지움, 그 철저한 삶의 말살이 허무감의 원천이자 공포의 원천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떨면서 함께 짙게 한숨을 짓고, 꼼짝 못 하고 당하기만 해야 하는 죽음이기에 으레 허망하고 죽음의 공포에 허무의 잔인한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이 나에게 영영 없는 것처럼 멀리 따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죽음과 삶 사이에는 경계가 있고도 없고, 없고도 있다.

p.331

출근길 라디오에서 나보다 어린 타일러가 유언을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언?! 그건 죽음을 앞둔 사람이 적는 거 아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놀랬던 기억이 떠오른다. 알고 보니 그게 그들만의 문화였던 것이다. 한국인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받아들여왔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으로 이 책을 통해 '한국인의 죽음론'을 접하고 나니 그때의 일화가 유독 더 생각났다.

저자의 '죽음은 삶과 함께 자란다'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살아감으로써 죽는다. 그리고 죽음을 들여다 봄으로써 반대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은 삶이 끝난 어느 시점에서 느닷없이 갑작스레 시작되는 게 아니다. 언제나 우리 옆에 함께하고 있다.

정말 삶과 죽음의 관계를 생각하면 할수록 삶 그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때까지 '죽음'을 부정하고 외면해왔던 사람이 지금 당장 '죽음'과 친해질 수도 없다. 저자는 사람끼리도 자주 만나야 정이 든다는 예를 들며 죽음에 정을 붙이는 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삶에 함께하는 죽음을 더 이상 외면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바라보고 절실한 마음으로 만나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오직 한 번뿐인 삶, 성실하고 진지해야 하는 삶은 어쩌면 죽음이 안겨준 선물이라는 말에 백배 공감하며, 삶과 짝꿍과도 같은 죽음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고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여러분들 또한 이 시간을 통해 '죽음'과 조금이나마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죽음으로 잃어지게 되어 있는 게 사람이라면

우리들은 한사코 그 삶에 마음을 붙여야 하고

사랑을 붙여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죽음 때문에 오히려 우리들은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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