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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책을 읽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저 멀리 여행을 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멋진 모험도 할 수 있지.
게다가 너 스스로 그 모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말이야.”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 「파란 책」에서 그 일이 현실이 되어 일어난다. 그것도 아주 서서히 한 명씩... 책 속 주인공이 위험에 처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가게 된 책, 그런데 들어가고 보니 되돌아오는 방법을 모른다?! 과연 레오는 함께 들어가게 된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함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네 과목에서 낙제 점수를 맞은 레오, 그중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에 대해 조사해오라는 과제를 받게 된다. 과제를 하기 위해 난생처음 도서관에 간 레오는 그곳에서 도서관에 등록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사서조차 모르고 있는 표지도 글도 파란색으로 쓰인 미스터리한 '파란 책'을 발견한다. 도서관 도장을 찍어도 찍히지 않는 책, 사서 옥스퍼드 누나의 허락을 받고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와 읽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 속 스페인 광장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레오 집 근처 성당의 종소리도 열두 번 들려온다. 그런데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는 열한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꼭 책에서 들려온 종소리를 뜻하는 거 같은 이 현상, 내가 레오였다면 오싹한 느낌을 받으면서 책을 저 멀리 던졌을 듯 ㅋㅋㅋ 다시 책을 읽는 레오, 이번엔 책 속 전화기 건너편의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헉!!)
레오가 한 자 한자 읽어내려가는 활자가 책 속 주인공 폴츠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그 책을 덮는 순간 그 또한 연기처럼 사라지는 존재인 것처럼 폴츠가 레오를 의식하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이러한 현상은 꼭 레오 본인도 책 속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파란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가 깬 레오는 열람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게 되고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서가를 정리하고 있는 옥스퍼드 사서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데...
"저기, 옥스퍼드 누나."
"뭐라고?"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책장을 정리하고 있던 여자는
옥스퍼드가 아니었다.
▶ 소오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들어간 레오. 독자가 읽는 책 속 내용은 검정색, 책 속 '파란 책'의 내용은 파란색으로 지정되어 있을 땐 단지 독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저 파란색으로 되어있어 두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 이 방법 너무 참신하다며 엄지 척! 하고 있었는데, 이런 전환법을 사용하실 줄이야!
액자식 구성이 제대로 돋보이는 「파란 책」이다.
상상력 가득한 모험 이야기로 가득할 것만 같은 「파란 책」에는 사실 세계사 이야기도 녹여져 있다. 이 모든 모험의 시작이 레오의 역사 과제라는 점과 역사 유물과 예술품 보존 담당자인 '파란 책' 속의 주인공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알렉산더대왕의 페르시아 정복과 중세 십자군 원정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폴츠가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석관에서 중세 십자군 기사의 파피루스 유언장을 발견하게 되고 알렉산더대왕이 남긴 어마한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런데 그 보물의 존재를 알고 손에 넣으려고 하는 그 누군가가 또 있다. 그 누군가로부터 보물을 지키기 위해 직접 숨겨진 보물 지도 조각을 찾으러 떠나게 된 폴츠, 그리고 가는 곳마다 따라오는 그들!
폴츠는 레오와 친구들 그리고 사서 옥스퍼드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며 조금씩 보물의 존재에 가까워져 가는데, 과연 이들은 무사히 보물을 지켜내고 현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모험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4개의 숫자, 책을 읽게 되면 그 숫자의 비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어야만 진행되던 '파란 책' 이야기, 끝까지 남아 책을 읽던 레오까지 책 속에 들어가서도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들 모두가 궁금해했던 책을 읽고 있는 존재는 바로 독자였다.(크~ 류이스 프라츠 작가님 너무 멋져요!)
인디아나 존스처럼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보는 듯했던 「파란 책」, 그 보물을 차지하려는 악당이 때론 폴츠일행보다 일찍 그곳을 다녀가기도 했고 바짝 뒤쫓아오며 위협을 가할 때도 있었다. 폴츠가 열기구에서 떨어져 마지막을 고할때는 정말.... (흑!)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마지막 반전!(말문이 턱!)
이게 또 다른 책의 이야기인 건 아니겠지?! 정말 누군가로부터 읽히고 있는 인물인 건 아니겠지??(혼란의 도가니 ㅋㅋㅋ)
고고학을 전공한 류이스 프라츠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 아이와 책을 함께 읽으며 책 속 주인공과 함께 환상적인 역사 여행과 모험을 떠나보기에 좋을 책이다. 혹 레오처럼 책 속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레오가 물었다.
"당연하지. 너는 내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잖아." 보가스는 동그랗고 깊은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래, 청소년 열람실이지.’ 레오는 슬픈 마음을 애써 감추며 생각했다.
폴츠의 말대로 가장 큰 보물은 소중한 친구들을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책을 읽을 때는 책 내용의 일부분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요.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