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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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마지막 도서로 읽은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명화를 통해 만나는 여러 화가와 화학 이야기를 통해 나의 지식 창고가 채워져 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유익한 책. 두고두고 하나씩 보면서 언젠가 책에서 본 명화를 직접 내 눈으로 보는 날이 오길 소망해 본다.



읽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가득해지는 책 제목과 내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선뜻 '화학자'가 주는 낯섬에 어려우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 망설여지기도 했던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펼쳐 읽어보는 순간 그 걱정을 언제 했냐 듯 전창림 저자가 들려주는 명화에 담긴 과학 이야기에 쉽고 재미있게 빠져들게 된다. 화학 분야와 친하지 않았던 나에겐 그저 신세계가 따로 없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에서 평소 알지 못했던 화가와 그림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 설명과 더불어 간략하게 설명되는 화가의 일생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이어지는 화학 이야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놓아 더 좋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림들을 기록해 본다.




정지된 그림임에도 증기 기관차가 엄청난 굉음과 연기를 뿜으며 달려오고 있는 듯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던 왼쪽 그림 터너 <비, 증기, 속도, 대서부철도>, 예순 살의 터너가 돛대에 묶인 채 네 시간 동안 경험한 사실을 토대로 그렸다고 전해진 오른쪽 그림 <눈보라 : 항구 입구의 증기선>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내가 눈보라를 그린다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이해하도록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p.226

고정된 그림에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 화가 스스로 현장을 체험하며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터너의 마음이 고스란히 그림에서 느껴졌다.



증기기관차가 처음 등장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이어졌던 이야기가 미술관 카페에서 나누는 과학 토크 '증기의 힘'으로 마무리가 되면서 앞서 보았던 그림에서 만났던 증기기관차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명화와 화가와 과학 지식이 쌓인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서서히...




엑스레이로 밝힌 명화 속 수수께끼는 정말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몰랐을 부분으로 그저 봐도 봐도 신기하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진공방전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정체 모를 복사선을 발견했고, 물질에 반응할 때 기이한 투과력을 발휘하는 이 복사선의 정체가 모호하다 해서 'X선'이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현재 그림의 위작을 가려내기도 하고 오래되어 훼손이 심한 명화를 복원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이는 엑스레이, 위 쿠르베 <부상당한 남자>의 그림처럼 때론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쿠르베의 자화상 <부상당한 남자>,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의 가슴에 안긴 장면을 그렸으나 여인과 헤어진 뒤 그림에서 자신의 가슴에 안긴 여인의 모습을 지워내고 결투에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고쳤다는 사실을 엑스레이가 아니었다면 영영 몰랐을 사실이다.

이 이외에도 새마을운동의 영향으로 근면한 노동을 가동하던 시절 전국 수많은 이발소에 <만종>과 <이삭줍기>가 걸렸으나 사실 이 그림에 얽힌 무성한 소문을 알고 보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임을 알게 되고, 고흐의 <해바라기>가 갈색으로 변색되고 있는 이유와 뭉크의 <절규>가 자개구름의 발생으로 인한 '자연의 절규'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더없이 좋았던 건 내 두 눈을 가득 채웠던 많은 명화들이었다. 명화에 마음을 빼앗기니 그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 과학계와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우수추천 도서로 선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리즈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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