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이성과 감성으로 과학과 예술을 통섭하다,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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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중 세 번째로 읽은 「미술관에 간 화학자」, 나에겐 낯선 영역에 속했던 화학이었기에 읽기 전부터 걱정을 안고서 읽기 시작했으나 '화학의 내용이 들어갔던가?!' 의아함이 느껴질 정도로 화학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스며들어있었다. 그것도 읽으며 '화학 이야기가 어디 있지?'하고 생각하고 봐야 '요있지~'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명화 속에 화학 이야기가 있었으니 저자의 필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명화 속에서 언급되었던 화학 이야기는 '미술관에서 나누는 과학토크'에서 따로 더 자세하게 다루어주니 명화 감상은 명화 감상대로 제대로 하고 거기에 플러스해 화학 지식까지 가져갈 수 있어서 좋다. 위 사진의 '미술관에서 나누는 과학토크' 내용은 캔버스에 투영된 스펙트럼을 설명하며 인상주의와 함께 언급된 '빛'에 대한 내용이다.

인상주의는 사실 당시에 막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과학의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투명한 빛이 모든 색으로 분광될 수 있으며, 물체가 고유한 색을 지닌 것이 아니라, 빛이 물체에 닿고 투과하고 반사하면서 파장이 다른 스펙트럼에 의해 색이 결정된다는 것을 과학이 알려준 것이다. 반짝이는 햇빛 아래 시시각각 변하는 색채의 향연을 병치혼합 기법으로 재현하면서 인상주의가 태동한 것이다.

p.285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읽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건 우리나라의 그림도 볼 수 있었다는 것! 김홍도의 <씨름>을 보며 씨름꾼 두 사람이 가운데 있고 그 주위를 구경꾼들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원형 구도인 것으로 시작해 왼쪽 위 무리와 오른쪽 아래 무리의 합과 오른쪽 위 무리와 왼쪽 아래 무리의 합이 모두 10으로 이방진 구도라는 것도 배운다. 또한 그림 속 씨름 시합에서 누가 이기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혹시 그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가?! 그림 아래 오른쪽 두 구경꾼 중 하나의 손을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왼손과 오른손이 바뀐 현상이 그의 또 다른 걸작 <무동>에서도 나타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완전히 똑같은데 겹쳐지지는 않아서 다른 물질이 되는 것 광학이성질체를 배울 수 있다. 이외에도 두 개의 그림으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학생 시절에도 이 그림들을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배웠더라면 더 재미있게 배웠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새로운 시점으로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미술과 화학?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라는 의아함도 잠시 명화 속 등장하는 화학 이야기를 보다 보면 '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색에 사용한 재료와 빛의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러고 보면 미술은 반드시 채색 재료가 사용된다. 물감의 색은 한정되어 있는데 작가가 표현하려는 색은 아주 미묘했으니 색채와 기법, 안료와 염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하며 알아가는 화학 이야기가 재미있다.




앞서읽은 「미술관에 간 의학자」와 「미술관에 간 수학자」에 나왔던 그림이 「미술관에 간 화학자」에도 나온다. 그런데 그들이 중점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들이 다 틀리다.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는 같은 그림들, 시리즈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지금도 미술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감탄하고 무릎을 치며 재미있어 합니다. …… 이 책에서 필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 미술과 함께하는 과학에 대해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구도, 화가, 시대 배경, 미술 재료 등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마 기존에 나온 미술 해설서와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과학자의 눈은 아무래도 미술 전문가나 인문학자의 눈과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p.8

전창림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감탄하고 무릎을 치며 재미있어하며 읽을 수 있었던 이번 책! 그의 「미술관에 간 화학자 : 두 번째 이야기」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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