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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새기는 글자, 직지 - 제1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ㅣ 문학의 즐거움 59
조경희 지음 / 개암나무 / 2020년 7월
평점 :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마음으로 새기는 글자, 직지>는 '고려 우왕 3년(1377) 청주에 있는 흥덕사에서 석찬과 달잠이 만들고 묘덕이 시주하다'라는 '직지' 마지막 장에 있는 한 문장을 씨앗 삼아 아이들이 문학 작품으로나마 '직지'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진 책이다.
이 세상이 저 하늘처럼 높고 낮음도,
위아래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유
문둥병으로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뒤이어 누이마저 문둥병에 걸려 만복이는 누이와 함께 마을에서 쫓겨난다. 마을을 벗어나 산속을 걷다 쓰러진 누이를 만복이가 들쳐 업고 저만치 보이는 마을로 가보지만 이 집 저 집 다 송장 치를 일 없다며 받아주는 곳 한 곳 없다. 그러다 들려온 종소리. 그 종소리를 쫓아가다 절 한 채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누이를 업고 뛰느라 지쳤던 만복이는 탈진해 쓰러져 누이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게 된다. 갈 곳이 없었던 만복이는 백운 스님이 지어준 '달잠'이라는 법명으로 동자승이 된다.
저 냇물에 마음을 흘려 보내어라.
마음을 떠나보내어라.
인생의 모든 고난과 역정, 이별의 아픔도…….
한때 스치는 바람과 같으니라.
그냥 두어라.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부처이니라.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똑바로 보고 똑바로 듣고 똑바로 느끼도록 해라.
사람이 가지고 싶은 것을 어찌 다 가질 수 있겠느냐? <중략> 이별의 정도 정이니라. 함께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헤어지고 나면 그리워지는 법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별의 정이 더 깊을 수도 있느리라.
쇠로……, 글자를 만든다면!
누야가 가지고 싶어 하던 불경을
천 권이고 만 권이고, 끝없이
찍어 낼 수 있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만복이는 부처님의 온몸을 들기름을 묻힌 헝겊으로 닦다 부처님의 손가락이 헝겊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걸 보고 머릿속이 환해지며 쇠로 글자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마음을 알게 된 묘덕 스님이 만복이에게 글자를 알려주게 되고 점차 쇠 글자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 만복이를 세상에 나가 구경을 하며 얻고자 하는 것을 깨달아 오라고 한다.
저잣거리에서 만복이의 전대를 훔치다 만복이와 인연이 된 장쇠는 할아버지가 하는 대장간으로 만복이를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쇠 글자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 만복이... 과연 절로 돌아간 만복이는 묘덕 스님과 석찬 스님과 함께 금속 활자본 '직지'를 완성할 수 있을까?
'직지'는 현재 존재하는 금속 활자로 인쇄한 책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백운 화상이 석가모니를 비롯한 지위가 높은 승려들의 가르침이 담긴 말씀을 간추려 상권, 하권으로 엮은 책이다. 하지만 상권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날이 올까?!
책을 읽으면서 만복이가 금속 활자를 만드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이 마음을 아셨는지 책 뒤편에 사진으로 자세히 금속 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와있어 좋았다. 4학년 때 본인들의 이름을 금속 활자로 만들어보는 수업에 참여를 해본 적이 있었던 둥이들,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게 읽기도 했던 책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서 일까?! 다시 만들어 보고 싶다고 ㅎㅎㅎ 나도 나만의 도장을 금속 활자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이렇게 '직지'가 우리 마음속에서 복원되어 후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쇠 글자입니다.
천년만년…….
썩지도 닳지도 않고, 물에 젖지도
불에 타지도 않을 변함없는 글자입니다.
영원한 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