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공장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9
이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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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카페, 공장』은 해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해 한껏 멋을 부리고 서울의 유명한 카페를 찾아갔다가 실망을 하고 돌아와 동네 버려진 컨테이너 공장에 자신들만의 아지트 '카페, 공장'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청소년 문학 소설이다.

네 명의 소녀 정, 영진, 나혜, 민서는 집에서 방치되어 있는 고물 냉장고, 아버지가 젊었을 때 수집했던 영화 포스터, 돌아가신 할머니의 화문석 등을 하나 두 개씩 챙겨와 아지트를 꾸민다.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커피를 만들 재료를 사다 놓고 민서의 손에 메뉴판이 만들어지면서 약간의 마진을 붙여 친구들을 상대로 커피를 판매하게 되고 입소문이 나게 되면서 인스타 계정을 통해 점차 유명해지고 급기야 서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는데 아이들이 '카페, 공장'을 통해 함께 이해하고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인상 깊은 구절

찾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일까?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분명히 다시 가고 싶어 안달이 날 게 빤했다. 실제로는 별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먼 거리 때문에 괜스레 간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거리감은 환상을 부추긴다.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우주 저편 어딘가에는 지구인보다 훨씬 우월한 문명을 건설한 외계인이 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처럼, 그런 환상은 가슴을 뛰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불공평했다.

p.33



비어 있는 공간을 처음부터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는 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부모님 집의 작은 방에서만 살아온 아이들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p.54


따져 보면 마냥 좋아해 주는 손님들이 더 많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마음에 오래 남는 건 칭찬보다는 상처 주는 말들이었다.

p.81


"나도 집에서 커피 내리는 연습할 때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막상 손님들이 커피 맛있다고 해 주니까 힘들었던 기억이 다 사라지더라. 그렇게 뿌듯한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p.99


나는 이제 엄마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막상 엄마는 케이크를 만들지 말라고 한다. 사실을 고백하면 엄마는 나를 이해해 줄까? 케이크를 팔아서 가스비보다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면 오븐을 계속 쓰게 해 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지며 머리가 복잡해졌다.

p.165

"우리 카페 아직 재미있잖아. 안 그래? 힘들어도 재미있잖아." 정이의 솔직한 말이 모두의 머리와 마음을 열었다. 카페 공장은 재미있다. 책임감이나 자기만족 같은 말을 붙일 필요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으니까 계속 하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지금껏 이만큼 재미있는 일을 해 본 적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적도 없었다.
p.170

한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에는 나름의 소중함이 있다는 삶의 이치를 깨닫기에 아이들은 아직 한창 자라는 와중이었다. 열평 남짓한 카페 공장은 스마트폰과 서울에만 존재하던 넓은 세상을 아이들과 연결해 주는 정거장이었다.
p.171

아이들은 어른들 앞에서 자꾸 거짓말을 한다. 으르대고 다그치기만 하면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기는 더욱 어려우진다는 걸 어른들만 모른다.
p.176

지금까지는 찍어 낸 듯 변함없는 하루하루를 당연히 여기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카페 공장 덕분에 어제와는 전혀 다른 오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다가온다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알아 버렸으니까.
p.196


마무리하며...
『카페, 공장』이라는 책을 받고서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성인을 위한 도서라고 생각했다. 율이가 이 책을 읽겠다고 짚어 들길래 엄마 책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보니 '막연한 미래를 두려운 십대를 위한'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야 부랴부랴 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율이에게 청소년 문학 소설이라고 너를 위한 책이니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처음엔 고등학생이 아지트로 꾸민 곳이 카페가 되면서 친구들 대상으로 판매를 할 땐 이 카페가 어떻게 될까라는 순수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다 점점 SNS를 통해 유명해지면서 타지의 사람들이 찾아오고 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이 되지 않는 카페로 인해 사장을 찾기도 하고 진상 손님을 퇴치하기도 하며 마진율 조정과 이익배분 문제까지 조금씩 연달아 사건이 일어나는 모습에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가도 이런 아이들이라면 카페 하나 차려줘도 되겠는데라는 마음이 수시로 왔다 갔다 했다.

산과 논밭에 에어 싸이고 탁 트인 하늘을 가로막는 높은 건물이 없으며 바깥세상을 이어 주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 버스인 오동면은 아파트에 살면서 '마당이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에겐 쉬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생 2학년인 정이, 민서, 영진, 나혜에게는 재미도 없고 꿈도 없는 곳이었다. 그저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사는, 한없이 넓고 화려한 세상을 보여주는 스마트폰만이 아이들의 숨을 트여 주는 것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카페 공장은 스마트폰과 서울에만 존재하던 넓은 세상을 아이들과 연결해 주는 정거장이었던 것이다.

『카페, 공장』을 온전히 자신들의 삶으로 채워가며 자신의 꿈을 찾아 성장하는 모습에서는 나도 모르게 부러움 마음이 들었다. 현실에선 '카페 공장'을 만나기 전인 네 명의 소녀들처럼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건축가가 꿈인 율이와 게임 관련 일을 하고 싶은 랑이는 자신들의 꿈을 위해 아직 나아가려는 노력은 하고 있진 않지만 커가면서 책 속의 아이들처럼 진짜 꿈을 찾길 바라본다. 나는 빠져들면서 읽었던 책이었지만 율인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다고 했던 『카페, 공장』 남자아이들보단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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