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데이비드 베레비 지음, 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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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무리를 짓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진지한 노작이다.

저자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자유기고가다. 대학의 특정 학과나 연구소에 소속된 전문연구자가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단행본을 통해 전문적인 연구성과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글을 쓰는 학술저널리스트다. 그렇다고 해서 그 수준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전문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섭렵하여 소개하는 내용이지만, 그 이해의 폭과 깊이는 심상치 않다. 심리학, 정치학, 인류학 등의 사회과학뿐 아니라 철학, 역사학 등의 인문학, 또 생물학, 생리학, 신경의학, 뇌과학, 유전학 등의 자연과학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폭넓게 연구성과들을 섭렵해서 책을 썼다. 그렇다고 피상적이지도 않다.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책 내용은 쉽진 않다.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논하면서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을 거론하고 각 문제에 관한 여러 분야의 논의들을 소개하는 식이라서, 중간중간마다 지금 어디쯤 있는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헷갈리고 심지어는 저자가 자기 공부 자랑 하려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도 든다. 이야기의 줄기가 명확하지 않고(혹은 나처럼 무식한 독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가 행한 '편가름'과 관련된 많은 실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미국과는 다른 종류이긴 하나 우리사회에서도 무리짓기는 중요한 문제의 하나다. 지역간에, 계층간에, 남녀간에, 세대간에, 우리 국민과 다른 나라 국민간에... 적대적이라 할 만큼 우리와 그들을 구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여러 문제가 파생되고 있는바,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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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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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력 사고력을 기르는 13가지 방법(단계)이 잘 설명되어 있다. 목표는 종합지(통합적 지식), 관찰에서 출발해 이미지 형성, 추상화, 패턴인식과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만들기, 놀이, 변형을 거쳐 마침내 통합에 이르는 사고발달의 과정이 앞서간 위대한 창조적 인물들의 사고법을 예로 하여 소상히 쓰여 있다.

저자(부부)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과 음악, 미술, 건축, 조각 등의 예술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수많은 근거사례가 소개되는데, 그중에는 각 분야에 관한 기초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편중된 한 분야의 지식만 학습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학습하며, 이 경우에도 기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위의 사고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창조 실험을 하라는 것이다.

13가지 생각도구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패턴형성,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에 관한 설명이다. 우선, 과학과 예술의 각분야에는 특징적인 패턴이 있는데, 여러 분야의 패턴을 비교하고 차용하다 보면 아주 유용한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한 분야도 제대로 알기 힘든데, 다른 분야까지 공부하라니 참 부담스럽다. 그러나 어쩌랴.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익히다 보면, 처음에는 돌아가는 느낌이 들겠지만, 결국 그것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또 문제를 몸으로 느껴야 하는데, 예컨대 굴삭기 기사는 굴삭기가 신체의 일부, 팔의 일부처럼 느껴져야 정상이라 한다. 그래야 굴삭기를 정확히 자유자재로 움직여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늘 자신이 모는 자동차는 쉽게 주차하고 좁은 틈도 잘 빠져 나가는데, 이것은 이미 그 자동차가 운전자 몸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문제를 몸으로 느끼면 문제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몸이 그 해결책을, 아니 해결의 방향을 알려 준다고 한다.

생각도구 중 압권은 감정이입이다. 내가 연구대상, 작업대상과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 등장인물이 되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곤충학자가 스스로 곤충이 되어 곤충의 마음으로 느끼며 역사연구자는 그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서 직접 경험하며(자유를 찾아 이동한 미국 노예를 알기 위해 직접 그 코스를 당시의 노예와 같은 조건에서 여행한 예가 소개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이나 파인만처럼 광자의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거나 '내가 전자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앎은 느낌을 통해서 오는 것이라 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다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각 생각도구를 하나씩 집중적으로 연습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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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과 제1공화국 - 해방에서 4월 혁명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1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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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국문학자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이광수에 대해 '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라 했던가. 서중석 교수의 <이승만과 제1공화국>을 읽고난 느낌이 꼭 그러했다. 이 책이 반추한, 이승만이 주도한 한국 초기 정치사, 아니 정치가 이승만은 잔인함과 비열함, 뻔뻔함 그 자체다. 이 책을 읽으면 당혹스럽고 아픈 마음을 피할 길이 없다. 이승만의 잔인하고 비열한 행태를 새삼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우리가 지금도 그런 이승만밖에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48년 5.10선거에서 1960년 4.26 이승만의 하야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정치사를 다루고 있다.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획한 20세기 한국사 전20권의 하나다. 이승만 집권기 중의 한국전쟁은 별도의 책에서 다룬다고 한다. 저자 서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최초로 현대사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알고 있다. 현대사 분야 연구자의 좌장격이랄까. 그런 인물이 쓴, 야심찬 기획물의 하나기에 기대를 품고 책을 펼쳤다.

책을 덮고난 느낌은 착잡하다. 잔인하고 비열한 우리의 정치사를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고, 또 이 책에서는 그것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분단정부 수립을 반대한 김구의 읍소로 시작한다. "자기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남북의 분열을 연장시키는 것은 전민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넣는 극악극흉의 위험일 것이다." 그 뒤는 당연히 분단의 원흉 이승만(물론 김일성이라는 파트너도 있다)이 전민족을 이 '극악극흉의 위험'에 어떻게 빠트렸던가가 꼼꼼이 쓰여 있다. 

오늘날의 이 문명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수시로 자행되었다. 정적은 암살하거나 각본이 정해진 재판에 걸어 사형시키고, 그 수하 인물들도 고문과 폭행으로 없애버렸다. 선거를 하긴 하는데, 반대파는 입후보등록하기도 어려웠다. 등록서류를 뺏기기도 하고 갑자기 ~법 위반죄로 무자격자가 되고, 심지어는 암살되었다. 총은 "쏘라고 준 것"이니 시위대에는 총을 쏴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러다가 결국 총으로 망했다.

그뿐이다. 이 책은 야만의 정치사만을 다루고 있다. 왜 그런 인물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는지(그 시대의 한국인들은 바보인가,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게), 그는 전민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넣은 일외에는 한 일이 없었는지, 또 정치사외에 다른 일들이 없었는지, 경제, 사회, 문화 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신생 대한민국은 그런 야만상태에서 그래도 어떻게 성장하고 있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 20세기 한국사의 한 책으로서 이승만시대를 다룬다면서 그 야만의 정치사만을 논한다면 너무나 일면적이다. 상처에 소금뿌려서 다시 뼛속까지 아리게 만들 뿐이다. 저자는 '야만의 정치에도 불구하고 민중이 성장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한데, 너무나 단순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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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싱크! - 위대한 결단으로 이끄는 힘 Business Insight 2
마이클 르고 지음, 임옥희 옮김 / 리더스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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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실상 아무 내용도 아닌 것을 주저리 주저리 400페이지 가깝게 쓰다니. 저자의 내공에 놀랄 뿐이다.

'블링크'에 어림도 없는 책이다. 나도 사놓은지 오래 된 것을 작심하고 봤는데, 100페이지 넘게 읽도록 아무 내용이 없다. 그 뒤도 대충 그저그런 이야기.

돈은 벌었을 것 같다. 블링크를 지렛대로 삼아서...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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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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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정치체제에서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으려면 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 세력이 대중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 전달장치가 프레임이며, 모름지기 한 정치세력은 자신에 적합한 프레임에 이념과 정책을 실어서 전달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이 책에 의하면, 프레임이란 '인간이 실재를 이해하도록 해주며 때로는 우리가 실재라고 여기는 것들을 창조하도록 해주는 심적 구조'라 한다. 프레임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서, 여러 이슈에 걸쳐 잇는 가치와 원리, 근본적 개념을 다루는 심층 프레임- 문제와 책임소재를 정의하며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슈 정의 프레임- 이슈에 대한 슬로건을 개념화하는 표층프레임 등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은 심층 프레임에 해당하는데, 이 프레임이 머릿 속에서 작동하게 되면, 테러조직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침략해도 무방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며, 이에 반대하는 것은 비애국적인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아프간 침공이나 이라크 침공시 부시진영은 이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주입시켰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잘못된 상식도 일깨워준다. 예를 들어 중도적 세계관, 중도파란 거의 없으며, 따라서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중도적' 정책을 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 한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진보주의적 세계관과 보수주의적 세계관이 동거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어느 때는 이것이, 다른 경우는 저것이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이중개념주의). 이를 간과하고 흔히 '표는 중간에 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만한 정책을 마구잡이로 채택하기 때문에, 때로는 상충되기까지 하며 실현불가능한 잡탕덩어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진보주의정당이 오른쪽으로 이동해도 진정성을 잃은 결과 표만 잃을 뿐이라고 한다.

또 지도자의 임무는 선도하는 것이지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알아내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의 입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내용이 좋으면 뭐하나. 전달이 안되는데. 서툰 번역 때문에 읽기도 힘들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도 어렵다. "언어학자 필모어는 일상적 프레임이 문장층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고소는 선언의 화행이다"(48쪽) "테러는 감정이다. 더욱이 테러와의 전쟁 프레임은 그 자체가 영구적이다."(52쪽) "황급히 도망치기(cut and run) - 군부대를 철수하거나 일정을 정하거나 적어도 이라크에서의 목표를 설정하라는 합리적인 제안에 대한 전형적으로 보수적인 반응"(55~56쪽) 등등. 어색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단어, 구절이 너무 많다.

게다가 외국어 표기법도 어색하다. 표준적인 외국어 표기법이 있는데도 그를 무시하고 '프로그래씨브',  '로우즈벨트'대통령, '씨스템', '엘리뜨' 등으로 썼다. 아마 원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야 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지만,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번역상의 문제점은 역자든 출판사든 어디선가 걸렀어야 되는데, 어찌 이런 상태로 책을 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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