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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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정치체제에서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으려면 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 세력이 대중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 전달장치가 프레임이며, 모름지기 한 정치세력은 자신에 적합한 프레임에 이념과 정책을 실어서 전달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이 책에 의하면, 프레임이란 '인간이 실재를 이해하도록 해주며 때로는 우리가 실재라고 여기는 것들을 창조하도록 해주는 심적 구조'라 한다. 프레임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서, 여러 이슈에 걸쳐 잇는 가치와 원리, 근본적 개념을 다루는 심층 프레임- 문제와 책임소재를 정의하며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슈 정의 프레임- 이슈에 대한 슬로건을 개념화하는 표층프레임 등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은 심층 프레임에 해당하는데, 이 프레임이 머릿 속에서 작동하게 되면, 테러조직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침략해도 무방하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며, 이에 반대하는 것은 비애국적인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아프간 침공이나 이라크 침공시 부시진영은 이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주입시켰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잘못된 상식도 일깨워준다. 예를 들어 중도적 세계관, 중도파란 거의 없으며, 따라서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중도적' 정책을 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 한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진보주의적 세계관과 보수주의적 세계관이 동거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어느 때는 이것이, 다른 경우는 저것이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이중개념주의). 이를 간과하고 흔히 '표는 중간에 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만한 정책을 마구잡이로 채택하기 때문에, 때로는 상충되기까지 하며 실현불가능한 잡탕덩어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진보주의정당이 오른쪽으로 이동해도 진정성을 잃은 결과 표만 잃을 뿐이라고 한다.

또 지도자의 임무는 선도하는 것이지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알아내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의 입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내용이 좋으면 뭐하나. 전달이 안되는데. 서툰 번역 때문에 읽기도 힘들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도 어렵다. "언어학자 필모어는 일상적 프레임이 문장층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고소는 선언의 화행이다"(48쪽) "테러는 감정이다. 더욱이 테러와의 전쟁 프레임은 그 자체가 영구적이다."(52쪽) "황급히 도망치기(cut and run) - 군부대를 철수하거나 일정을 정하거나 적어도 이라크에서의 목표를 설정하라는 합리적인 제안에 대한 전형적으로 보수적인 반응"(55~56쪽) 등등. 어색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단어, 구절이 너무 많다.

게다가 외국어 표기법도 어색하다. 표준적인 외국어 표기법이 있는데도 그를 무시하고 '프로그래씨브',  '로우즈벨트'대통령, '씨스템', '엘리뜨' 등으로 썼다. 아마 원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야 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지만,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번역상의 문제점은 역자든 출판사든 어디선가 걸렀어야 되는데, 어찌 이런 상태로 책을 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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