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과 제1공화국 - 해방에서 4월 혁명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1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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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국문학자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이광수에 대해 '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라 했던가. 서중석 교수의 <이승만과 제1공화국>을 읽고난 느낌이 꼭 그러했다. 이 책이 반추한, 이승만이 주도한 한국 초기 정치사, 아니 정치가 이승만은 잔인함과 비열함, 뻔뻔함 그 자체다. 이 책을 읽으면 당혹스럽고 아픈 마음을 피할 길이 없다. 이승만의 잔인하고 비열한 행태를 새삼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이 책에서 우리가 지금도 그런 이승만밖에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48년 5.10선거에서 1960년 4.26 이승만의 하야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정치사를 다루고 있다.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획한 20세기 한국사 전20권의 하나다. 이승만 집권기 중의 한국전쟁은 별도의 책에서 다룬다고 한다. 저자 서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최초로 현대사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알고 있다. 현대사 분야 연구자의 좌장격이랄까. 그런 인물이 쓴, 야심찬 기획물의 하나기에 기대를 품고 책을 펼쳤다.

책을 덮고난 느낌은 착잡하다. 잔인하고 비열한 우리의 정치사를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고, 또 이 책에서는 그것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분단정부 수립을 반대한 김구의 읍소로 시작한다. "자기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남북의 분열을 연장시키는 것은 전민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넣는 극악극흉의 위험일 것이다." 그 뒤는 당연히 분단의 원흉 이승만(물론 김일성이라는 파트너도 있다)이 전민족을 이 '극악극흉의 위험'에 어떻게 빠트렸던가가 꼼꼼이 쓰여 있다. 

오늘날의 이 문명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수시로 자행되었다. 정적은 암살하거나 각본이 정해진 재판에 걸어 사형시키고, 그 수하 인물들도 고문과 폭행으로 없애버렸다. 선거를 하긴 하는데, 반대파는 입후보등록하기도 어려웠다. 등록서류를 뺏기기도 하고 갑자기 ~법 위반죄로 무자격자가 되고, 심지어는 암살되었다. 총은 "쏘라고 준 것"이니 시위대에는 총을 쏴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러다가 결국 총으로 망했다.

그뿐이다. 이 책은 야만의 정치사만을 다루고 있다. 왜 그런 인물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는지(그 시대의 한국인들은 바보인가,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게), 그는 전민족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넣은 일외에는 한 일이 없었는지, 또 정치사외에 다른 일들이 없었는지, 경제, 사회, 문화 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신생 대한민국은 그런 야만상태에서 그래도 어떻게 성장하고 있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 20세기 한국사의 한 책으로서 이승만시대를 다룬다면서 그 야만의 정치사만을 논한다면 너무나 일면적이다. 상처에 소금뿌려서 다시 뼛속까지 아리게 만들 뿐이다. 저자는 '야만의 정치에도 불구하고 민중이 성장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한데, 너무나 단순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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