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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평점 :
혼자라서 괜찮아가 아닌 혼자라는 즐거움에 대해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혼자라는 즐거움이라는 제목 때문에 아마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혼자라서 나는 괜찮아가 아닌 혼자라는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그것이 나 혼자만의 공간인지, 친구와의 관계 속인지, 아니면 코로나 시대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하고 있다. 일본의 삶을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저자의 이력을 다시금 훑어보니 일본에서 리포터 경험이 있었다. 저자의 방에 있는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가구, 그리고 일본을 돌아다니며 받았던 홍보물이 일본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저자는 현재 프리랜서로 진정한 혼자라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혼자라는 즐거움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언젠가 따 놓은 제과제빵 자격증(이 자격증은 한 세트로 따 두어야 하는데, 그나마도 두번 떨어진 경험이 있어 하나로 반쪽 자리 자격증이 되었다고 한다)이 꽤 인상 깊은 대목 중의 하나였다. 그 이유는 예전에 제과제빵을 해보겠다고 도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자격증이라, 재도전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혼자라서 이것도 해요, 저것도 해요, 그래서 너무 즐겁죠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일들 저런 일들 속에 혼자만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잠깐 내비춰주는데, 그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읽히는 에세이라기 보다는 글 솜씨가 아주 좋은 사람의 멋진 글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구나라는 동질감도 들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저자는 혼자임을 드러내놓은 글을 쓴 것이 아닌, 그 안에서의 즐거움을 찾는 글을 쓴 것이라 생각된다.
글의 중간중간 칼럼이 함께 실려 있는데 유명 잡지에 실려 있던 칼럼을 이렇게 모아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 글을 읽는 보람이 느껴졌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삶이 가끔은 초라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저자의 글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 생활을 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너도 나도 다 비슷하구나란 생각을 하며, 조금은 극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혼자라는 즐거움의 부제격인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은 바깥 생활이 아닌 집안 생활에 대한 일대기를 한 편 읽은 느낌이 들었다. 외출복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집옷에도 신경 좀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와중에 다들 트레이닝복은 바지만 있었구나란 동질감을 얻기도 했다)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을 즐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