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도 비밀 코스 여행
최상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은 언제나 대비어가 있다. 현실이라든가 직장 정도. 아님 책임이나 부담이란 단어도 대비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그 대비어 아닐까?
1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제주도란 이국적인 섬으로 저자는 여행을 떠난다. 아마도 1년 이상을 그곳에 체류해서인지 이젠 주소가 제주도로 되어 있는 반 쯤은 도시여자이자 또 한 쪽의 반은 섬처녀가 된 것 같다. 사실 처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있어보이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삶을 사는 싱글이고보니 멋진 싱글 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도시인의 시각으로 제주도를 본다. 낭만이자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그리움을 갖고 있음을 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 역시 서울이나 도시, 그리고 뭍에서의 삶은 생활이자 부담이며 현실이다. 저자가 표현한 제주도의 표현 중 가장 인상적인 어휘인 낭만을 난 내 도시 삶의 속에서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의 장소 하나하는 나에겐 가고 싶지만 가기 힘든 곳이다. 나에게 여비와 교통료 정도야 있겠지만 생활의 무게가 무거워 부담을 벗어던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공동체는 사실 각자 부담을 갖고 살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다. 그냥 우리들은 부담을 지고 살고 있다. 최근엔 초중고 학생들 역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해 밤 12시까지 버스 속에서 교복 입고 집으로 향고 있다. 우린 이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무척 부럽다.
제주도의 매력을 책을 읽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제주도에 가 본 적은 있었지만 소위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거라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특히 각종 판매업자들이 달려들어서인지 무슨 마트 관광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제주도의 알려지지 않거나 그냥 지나친 부분들의 매력을 상세하게 전달해주는 책은 더없이 반갑다. 설사 갔더라도 지나쳐버렸던 흥미를 다시 일깨우는 내용에 대해선 더욱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밥집에 대한 설명, 그리고 마라도나 우도에서의 매력적인 풍광에 대한 설명 역시 건너 뛰어선 안되는 부분들이다.
제주도의 표현에서 이국적이거나 낭만적이란 표현은 아마도 현실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도록 해준다. 그리고 저자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나와 저저와의 생활의 차이가 발생했다. 저자는 언젠가는 생활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난 부럽다. 그런 부러움이 언젠가 해소되는 그 날을 기대하고 싶다. 아마 저자는 그런 나의 희망을 들어주기 위해 친절한 여행서를 제공했으리라. 어쩌면 이것도 공동체 의식인지 모르겠다. 또한 저자의 여행이 언제나 행복하길 빌고 나 역시 그런 감정을 함께 누렸으면 한다. 여행 계획을 짜봐야 겠다. 제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