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울퉁불퉁하다 - 한국인을 위한 국제정치경제 교과서
김성해.이동우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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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설득하기 위해선 많은 사실들을 제공하는 것으론 불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어떻게 구성해서 이해도를 높이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세계는 울투울퉁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국제적인 현상을 미국의 화폐인 달러라는 매체를 통해 설명하는 이 책은 미국의 패권과 달러와의긴밀한 관계를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시의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달러에 대한 부침을 통해 미국의 대외정책의 변화는 물론 달러에 도전하는 여타 국가들의 대응을 보여주면서 기축통화에 대한 가치와 그 열망을 소상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설명들 속에서 저자들은 미래에 대한 제언을 제공해주기까지 한다.
  여기에 달러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려는 미국의 노력과 그 일환인 전쟁과의 관련성을 서술하는 부분은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낄 정도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석유대금을 달러 이외의 것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한 이라크의 석유정책에 기인했음을 밝히는 부분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월남전에서의 과도한 군비로 인해 달러가 휴지조각일 될 수 있던 시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비밀 조약 등을 통한 미국의 달러 가치 유지를 하는 부분 역시 억지로 기축통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탐욕은 다른 국가들의 희생 위에 건축된 것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그렇다고 과거의 살풀이를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님을 밝힌다. 한국의 1997년 이후의 가장 강력한 행위자인 IMF와 한국의 관계를 밝히면서 IMF 정책의 문제점을 또한 소상히 밝히면서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 한국의 엘리트들에 대해 비판하는 어조를 숨기지 않는다. 어쩌면 좀 더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 책 곳곳에 표현되면서 결국 미래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사회학자 본연의 자세를 견지한다. 이런 저자들의 생각을 현재와 미래의 한국을 책임지는 정부 관계자들이 숙고했으면 하는 바램을 나 역시 가져 본다.
  개인적으로 여러 면에서 저자들의 의견에 동의를 한다. IMF와 미국이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국제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만들어 놓은 원칙들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또한 가져야 한다는 것은 되새겨 볼만하다. 특히 그것들을 주도했던 한국의 정책담당관들과 언론들에 대한 비판 역시 의미가 있다.
  다만 한국적 정치적 역학구도가 과연 그것들을 쉽게 이루게 해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친미를 통해 한국의 기득권을 얻고 있는 엘리트들이 많기에 그들의 의식변화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DJ정권 시절부터 부상했다는 미국 유학생들의 경제정책의 참여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과연 정당한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선 과거 YS 정권이나 그 전의 독재정권 역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특정세력을 중심으로 미국의 의견을 따른 것이 아닌, 친미는 절대명제였고 냉전 기간 동안 그것은 경제와 정치에서 중요한 덕목이었다. 한국은 무임승차로 덕을 본 나라이기에 미국 정책 선호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습효과가 미비한 상황에서 미국의 압력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1998년 IMF와의 협상에서 한국에게 남아있는 능력이 과연 있었느냐 하는 문제다. 타국과의 협상에서 무엇인가가 있었을 때 거래가 가능하지만 IMF와 협상을 해야 했던 한국은 비영남지역으로 정권을 이양 받던 DJ정권이었기에 기존의 영남세력을 제어하는 문제는 물론 자금확보가 가장 우선일 수밖에 없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IMF의 견해를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총리처럼 반대하기엔 힘이 너무 부족했다. 차라리 영남정권이라 할 김영삼 정권의 오판을 먼저 지적하고 그에 대한 처방이 우선일 것만 같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적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미국과 달러, 그리고 IMF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의 가장 큰 자산인 투표와 선거에서 올바른 행동을 취할 수 있단 것이다. 엘리트든 정권이든 어떤 정책을 그들이 추진하든 결국 그들의 옳고 바름을 결정적으로 이끄는 추동력은 결국 국민의 손에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우민화 정책을 비판하기 전에 국민은 왜 어리석으면 안 되는지를 확실히 인지해야만 올바른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정권들에 대해 올바른 투표를 해야 하는 당위성을 인지시킴은 물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말하는 울퉁불퉁한 측면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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