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영화 속에서의 경찰의 모습은 참 다양하다. 착한 경찰에서부터 악한 경찰까지, 사회를 지키는 그 모습들이 딱 하나가 아니었다. 아마도 경찰도 인간이기 때문인가 보다. 아니 그들도 인간이다. 그래서 그들이 인간이기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부족한 것은 물론 심지어 악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하다. 어쩌면 한 시대의 특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경찰들이 우리들의 재산과 안정, 심지어 아름다운 꿈까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현실이 냉혹하다 보니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지켜줬으면 하는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른다. 요사이 냉혹함이 더욱 심하게 된 지금, 경찰에게 바라는 것은 많아진 것 같은데, 현실을 외면하며 영화를 만들기도 힘들어서인지 영화 속의 경찰들이 언제나 우리들의 희망을 꿈꾸게 해주는 것 같지 않다. 그들의 모습이 천편일률적인 정의감 있는 그런 경찰이 아니다. 일반적인 인간 군상들처럼 다양하다. 깨끗한 것에서부터 악질까지. 영화는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지닌 영화가 세 편이 있다. ‘특수본,’ ‘블리츠,’ 그리고 ‘악질경찰’이다. 이 영화들은 지금까지 다 알고 있는 정의로운 경찰에서부터 일반 조폭과도 다르지 않은 폭행을 일삼은 경찰에, 사기꾼과 다르지 않은 경찰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시민들은 꿈을 꾸고 있거나 악몽을 꾸고 있을 것만 같다.

 

특수본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감으로 뭉친 경찰들의 이야기다. 갈등구조라면 힘있고 잘 사는 강력집단에 도전하는 연약하기 그지 없지만 정의감 하나만을 확실한 경찰들의 도전을 그린다. 결과는 대충 짐작할 만큼 이 영화에서의 경찰의 모습은 고전적이다. 또한 경찰이면서도 강력반이라면 액션은 당연히 멋있다. 또 하나의 갈등구조라면 이성과 감성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FBI에서 범죄 심리학 박사출신의 신출내기 형사 김호룡(주원)과 한국형 강력반의 동물적 감각의 주인공 김성범(엄태웅) 형사와의 관계도 존재한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등장하는 이런 경찰 내 갈등구조는 영화의 극적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에서 경찰 내부와 외부에서 수많은 시끄러운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경찰들이 나오며, 이런 모습은 과거의 아름다운 것과는 조금 차별이 있더라도 그래도 경찰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전형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꿈꾸고 있는 경찰의 모습의 현대판이기도 하다. 정말 이랬으면 하는 경찰인 것이다.

 

블리츠

 

 

 

  경찰도 인간이란 사실을 잘 표현해준 영화다. 제이슨 스타뎀이라면 전형적인 액션만이 소비되는 영화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상식을 깨기 위해 제이슨 스타뎀이 새로운 도전을 한 것 같다. 아마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인간 누구나의 욕망일 것이고, 그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정의감은 있는 것 같은데 과격한 방식으로 흉악범들을 때려 잡는 형사 브랜트다. 스타뎀이 맡은 캐릭터인데 그의 폭력성을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데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경찰들도 좀 이상하다. 마약을 피우고 나서 재활치료를 받고 다시 근무하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범인을 처리하지 못하자 다소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찰도 존재한다. 경찰이 불법의 범위에 포함된 것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닌가 하고 이야기할 정도로 결과에 충실하면서도 과정엔 무리가 따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법적인 것과 관련된 경찰들이 이 영화의 캐릭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닉네임을 블리츠라고 사용하는 범인이 좀 더 과격한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만 차이일 뿐, 경찰도 좀 그렇다. 경찰도 인간이기에 과중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경찰생활에 힘들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경찰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그들도 인간임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스타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액션이 많이 줄었지만 감동은 그 이전의 스타뎀 영화보다 더 크다. 과한 것을 줄이니 그의 연기력도 훨씬 좋아 보였고 뭔가 남긴 의미도 커져 보였다.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자 한 그의 열정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악질 경찰

 

 

 

  니콜라스 케이지가 오스카 상 수상자란 것을 오랜 동안 잊고 살았는데 그런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준 영화다. 연기력으로 승부하던 그가 어느 순간 질 낮은 액션영화나 S/F 영화에나 나올 때, 많은 팬들이 우려했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흔한 연기자가 되고 만 요즘, 이 영화에서 그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흥행 면에서는 안타깝지만 분명 그는 배우임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전형적인 악질 경찰, 테렌스 맥도나를 열연한다. 그나마 착한 모습의 경찰로 나오지만 어느 순간 마약에 탐닉하고, 뒷돈을 받고, 그리고 경기의 승부조작까지 시도한다. 그것을 모두 경찰이란 이름 하에 말이다. 시시각각으로 맥도나 형사가 하는 악행은 수위도 높아지고 다양하기까지 하다.
  이런 경찰을 한국사회에서 최근 많이 볼 수 있는데 외국에서도 심심찮게 있나 보다. 이런 영화에서의 경찰은 확실히 우리가 꿈꾸는 그런 경찰도 아니고, 또한 혐오하기까지 하다. 사회적으로도 척결을 해야 할 이런 경찰이 사실은 버젓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다소 과한 현실 설정이지만 매우 현실적인 것 같아 슬프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역설적인 해피 엔딩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할 만큼 인상적이다. 블랙 코미디와 같은 마지막의 모습에서의, 한 번의 행운이 다시 한 번 올 것 같지 않은 그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허덕거리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