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얼굴만 잘 생긴 배우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 성장한 장동건은 오해를 많이 받은 연기자 중 하나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빼어난 외모는 그의 영화이력에 종종 걸림돌이 되었지만 그는 어느 순간 연기력으로 승부하면서,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젠 한국을 넘어 계속 해외로 진출해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젠 해외에서도 그의 능력과 상품성을 인지하고 있는가 보다. 그래서 최근 할리우드와의 합작영화인 ‘워리어스 웨이’가 상영되었을 것이다.    

 


   장동건은 많은 점에서 칭찬할만한 배우다. 자신에 대한 약점이자 평가절하의 요소인 미남을 과감하게 던지고 그는 자신의 얼굴을 파괴하면서 연기자로 성장한 배우이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그런 그의 과거를 보면 매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연풍연가’와 같은 B급 멜로 영화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그는 단역에 가까운 조연으로 진정한 배우가 되기 시작했고, 작품성이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악역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변신은 많은 비평가들의 관심과 찬사를 얻게 됐고, 다행히도 그가 출연한 영화 상당수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이었다. 그래서 그의 진면목을 보고 싶었다. 그가 출연했던 다작의 영화에서, 그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들을 뽑는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란 것을 막상 영화들을 선별하려니 힘들었다. 그래도 과도하게 다 뽑는 것은 무리이며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또한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짧고 굵게 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언제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목한 영화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  ‘해안선,‘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얼굴만 잘생겼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절, 장동건은 B급 멜로물에 주연으로 등장했다. ‘패자부활전’을 시작으로, 후일 그의 아내가 될 고소영과 함께 ‘연풍연가’ 등에 출현했지만 인기도 얻지 못했고 연기력 역시 좋지 못했다. 그렇게 평가되는 것을 어떤 연기자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연배우란 화려한 자리를 포기하고 조연, 그것도 단역에 가까운 수준부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된 영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다. 안성기와 박종훈의 화려한 연기력이 돋보였지만 장동건 역시 처음으로 연기력으로 두각을 보인 기회가 됐다. 이 영화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장동건이란 이름도 처음으로 연기력을 갖춘 미래형 배우로 기억됐다. 
 

친구
 

   한국의 조직 폭력배의 영화 중 이처럼 성공을 거둔 영화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 한국 흥행기록을 깬 영화이면서도 작품성도 갖춘 작품이다. 남자들의 로망을 되새기게 한 이 영화는 감독의 개인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된 영화다. 나중에 드라마로도 다시 제작됐지만 영화 자체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영화에 장동건이 있었다. 다만 그는 아직도 주연은 아니었고, 비중 있는 조연이었다. 하지만 그가 담당했던 동수의 죽음의 순간이 읊조렸던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경상도 사투리는 엄청난 인상을 남겼고 그가 진정한 연기자로서 발돋음 했다는 것을 보여준 걸작이다. 

  

해안선
 

   아마도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독립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남자 연기자라고 하면 과찬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장동건이 김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주관적인 생각을 멋있게 깨면서, 자신의 영화이력에서 이 영화는 연기자로서의 야심을 드러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친구’의 대성공으로 인해 많은 광고가 밀려왔다 한다. 하지만 광고와 같은 엄청난 수익을 포기하고 섬을 벗어나지 않은 채 출연할 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이 작품은 그의 연기력 수준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점차 광기에 빠지고 마는 미친 존재감의 ‘강 상병’에서의 장동건의 연기력은 아직까지도 인상에 남을 만큼 뛰어났다. 아마 흥행이 크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가치만큼은 여느 장동건의 영화에 비겨 작지 않을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친구’란 영화의 모든 흥행기록을 다 바꾸어버린 한국 영화사의 흥행대작이다. 그러나 흥행으로뿐만 아니라 작품 수준에서도 대단히 진일보한 걸작이라고 평가되며, 한국영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흥행은 물론 연기력에서도 그는 최고로서 평가된 작품이다.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겪게 된 형제의 우애와 비극은 보는 이들을 울게 만들었고, 신들린듯한 장동건의 연기는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겪게 되는 형으로서의 고통을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장동건은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함께 출연했던 원빈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다른 눈으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그 역시 장동건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둘은 마치 도플갱어인 것만 같다. 즉, 장동건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뛰어난 연기자란 평가를 ‘제25회(2004)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수상으로 듣게 된다. 당시 경쟁상대가 한국영화사에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할 ‘올드보이’의 최민식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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