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일본 Animation을 보다 보면 나만의 경험인지 모르지만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시간이다. SF적 요소를 띤 영화가 특히 그렇다. 1시 이후에 2시가 오는 일상적인 시간이 일본 Animation에선 엉망으로 변하고, 다양한 시간의 형태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간의 뒤죽박죽으로 끝난다면 일본 Animation은 단순한 심심풀이용 영화일 뿐이지만 그런 시간 속에 담긴 인간들의 성찰의 모습은 어쩌면 일본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현실에 대한 가치를 느끼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 역시 그렇다.
  그래서 한 번 시간과 관련된 일본 Animation들을 찾아 봤다. 개인적으로 봤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세 편이 나왔고 생각해보면 다들 뛰어난 작품이었단 생각이 든다. 감독들이 우선 영화사의 한 면을 장식할 거장들이란 점에서 그렇고, 시간의 변주 속에 담긴 철학적 고찰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 작품들 중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그리고 ‘스카이 크롤러’가 있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과거를 변하게 할 수 있다면? 아마 이런 고전적인 질문에 대해 일본 Animation이 그에 대한 답을제시한다. 갑작스레 생긴 과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인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지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죽음의 순간이 다사 과거로 가는 묘한 관계를 만들어보린 감독의 재치가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면서 신나게 달리다 위험에 빠지는 순간을 담은 포스터는 많은 추측을 낳게 하며, 묘한 인상을 준다.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타임리프를 마음껏 사용하면서 과거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즐거울 것만 같던 과거 변화가 어느덧 자신을 얽매는 족쇄가 되고 결코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과거를 변화시킨 대가는 결국 우아하지 못한 결론을 남기고 만다. 그런 과정에서 자기만을 위한 시간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과 함께 우연의 매력도 느껴야 일상생활의 매력을 결코 놓치지 말란 당부를 하는 것만 같다. 즉 현실의 우연성에 괴로워만 하지 말란 이야기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정말 묘한 영화다. 현실이 비현실이고 비현실이 현실인 것은 일본 Animation의 ‘구운몽’적인 구성이다. 따분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매우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다. 그래도 극적 구성은 좋아서 보고 있는 동안 궁금증 속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전달해준다.
갑작스런 시간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과거가 송두리째 변하면서 겪게 되는 것이 기본 줄거리인데 자신이 원래 있었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 쿈의 모습에서 감독은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한다. 현실 속에서 새로운 것만 찾는 쿈의 모습과 그 변화를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최근의 일본 젊은이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속에 있는 다양한 캐릭터 역시 볼 만 하다. 이 영화에서 현재에 불만인 사람들에게 현실의 가치를 잘 알았으면 하는 당부는 역시나 일본 Animation의 전통적인 주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 크롤러 

 

  영화 도입부에 펼쳐진 화려한 공중전은 이 영화의 백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과정 속에 있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과 공허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투기의 부품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모습은 오늘의 현대인을 보는 것만 같다. 그리고 어차피 전쟁에서 죽을 수밖에 없어서 굳이 늙을 필요가 없는 어린 조종사들인 ‘키르도레’의 운명은 묘한 동질감을 느낄만큼 현대적인 캐릭터들이다. 비현실적인 존재 속에 현대적인 속성을 느낀다는 것, 참 묘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허무함과 공허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 조종사인 ‘간나미 유이치’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묘한 긴장감과 수긍을 이끌어낸다. 그의 언어 속에 표현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도 벌어지는 자잘한 변화를 느끼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매력을 느끼고 자신의 인생을 결코 포기하지 말란 여운은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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