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2주

  사회적 약자이면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기에 감추어야 할 대상이 된 미혼모는 슬픈 인간의 한 군상일 것이다. 사회의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줘야 할 것 같지만 그들의 섣부른 판단에 대한 냉정한 심판 역시 그녀들에게 내려지고 있다. 과연 자신들의 즐거움만을 위할 뿐, 결코 책임지지 못한 그녀들이란 인식은 사회의 냉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도움을 주기 보단 시시비비를 앞서 가리자는 측도 결코 이 사회에선 적지 않다. 누군가에 의해 폭력이라면 모르지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빚어진 미혼모와 그 아기와의 불편한 관계와 시선은 그래서 이 사회 내에서의 엄청난 담론과 격론을 일으켰고 그 논쟁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진행 중이다.
  이런 그들에 대해 영화의 시선은 결코 빗나가지 않았다. 묘한 환상과 상상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영화는 그녀들의 인생은 물론 그녀들의 자식인 아기들에 역시 카메라 앵글의 초점을 맞췄다. 시작이 어떤 것이든 그녀들과 아기들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했고 그들 주변은 언제나 보호받지 못한 것들의 전형을 이루었다. 그 속에선 결코 보호받을 수 없는 감옥 같은 세상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깝기만 했다. 철없는 행동에 대한 결과는 너무 가혹한 것이다.
  그래서 감독들은 종종 따뜻하게, 혹은 냉혹하게 그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사회적 정의를 의해서, 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 영화는 인문주의적 관점과 복지적 관점에서 그들의 문제를 해석한다. 그리고 현재의 세상이 그들에게 갖고 있는 가혹한 인식을 제고해주길 빌고 있다. 그녀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용서와 배려가 없다면 그녀들로부터 세상에 나온 아기들 역시 똑 같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또한 그런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에, 영화가 보여주는 따뜻한 세상을 위한 제고는 무척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프랑스 영화인 ‘리키,’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해외로 입양되어 시작된 비극을 담은 ‘귀향,’ 그리고 폭력이 풍부한 어느 곳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혼모를 담은 ‘영도다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들을 통해 영화 각각의 감독의 따뜻한 제언과 미래에 대한 경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리키

 

  아기가 천사처럼 날개를 갖고 태어난다. 아주 기발한 착상으로부터 시작된 이 영화는, 그러나 천사의 탄생이 매우 부적절한 곳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정말 그 아기가 천사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설사 천사라 해도 도시라는 꽉 막힌 공간에선 단순한 볼거리 정도로만 치우칠 뿐, 인간애의 생성이라든지, 인간이 갖고 있었던 그 아름다운 애정을 소생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나 Cool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도시 속의 고독한 인간이 보이기도 하다. 시작이 다음 내용들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미혼모의 문제와 더불어 더욱 근본적으로 인간의 불신이 만연된 사회의 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존심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과연 인간관계를 쉽게 깨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영화는 천사와 같은 아기 앞에서의 고해성사를 통해 인간의 약함과 그를 위한 극복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귀향 

 

  영화는 공포스런 시작에서 공포스런 결말을 맞는다. 아마도 미혼모가 겪을 고행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두 개의 서사를 진행시킨다. 그러나 두 개의 이야기는 사실 시간의 앞과 뒤를 바꿨을 뿐, 결말은 대동소이한 것일 뿐이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결국 세상으로 떠나 보낸 미혼모의 고통의 모습은 잔인한 모습, 그것이다. 언제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고 볼 수 있지만 어느 면에선 필연적인 결과일 수도 있는 아들의 살해로까지 이어진다. 사실 그녀에겐 그런 선택의 여지 밖엔 없을 것이다. 문제된 시작은 결국 아름다운 결말을 이끌 수 없다는 내용은 아름다운 시작을 만들기 위해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잔인하게 묻는다. 
 

영도다리 

 

 

  영도다리라는 공간이 담고 있는 비극의 씨앗이 한 소녀에게 얼마큼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행복할 권리는 있지만, 사회의 외면 앞에선 무의미한 존재이자, 그녀의 행복엔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낳은 아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보단 쉽사리 그 아기를 해외입양시키는 장면에서 미혼모에 대한, 그리고 사회적 소외자에 대한 사회의 기본적 자세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가고 있는, 영도다리로 대표되는 공간의 참혹성과 무관심은 영화 내내, 불운한 기운을 감지하게 했다. 아무도 돌 볼 자가 없기에 서로 간의 연대는커녕 외면하는 모습 속에서 영화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질타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새로운 행복찾기는 왠지 모르게 위태로워 보이고, 불편했다. 비극으로 시작되는 것은 결과 역시 비극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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