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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의 문제 - A Matter of Siz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스라엘 영화는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가 미국 영화인 줄로만 알았는데 독특한 언어가 나왔고 어딘지 모를 중동적인 기후가 보였던 것 같다. 중동언어와 같은 느낌, 그리고 독특한 야자수와 어딘지 모를 독특한 풍광, 이 영화는 그런 이색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이색적인 것은 뚱뚱하다는 편견에 도전하는 방법이다. 역시나 희한한 방식으로의 대응이었고 그 속에 담긴 소수자, 혹은 Loser의 반란이 보였다.
비만, 현대란 사회에서 소외가 되는 여러 이유 중 상당한 크기를 차지한다. 단순히 옷 사이즈가 다른 사람들에 견줄 때, 매우 크다는 점만이 문제가 아니다. 성적 매력을 통해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현대 사회에 있어 과도한 비만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기 보다 비호감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인간적 매력이나 다른 차원에서의 능력은 무시된 채,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결국 Loser가 된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어딘지 모를 신비감과 매력을 풍길 수도 있기에 개성적인 표현 등을 통해 장려되곤 한다. 그러나 수준미달인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외관을 통한 매력으로 상대의 관심을 끄는 것이 대세인 요즘, 열악한 외관은 사회적 냉대를 받게 되며, 일종의 사회적 폭력을 받기도 한다. 그 누구도 보기 싫어하고 같이 있기 싫어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폭력은 단지 보기 싫단 이유만으로도 기피 대상이 되는 것이다.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싶겠지만, 인간의 감정과 심리가 인간의 합리성을 압도하면서 발생하는 자연발생적인 것이기에, 상대의 마음을 돌이키긴 힘들다. 그렇게 무시당하는 것이다.
[사이즈의 크기], 좀 희한한 제목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수긍하게 만드는 강점들이 수두룩하다. 영화를 만든 곳이 이스라엘이란 이국적인 장소인데 줄거리 자체도 매우 독특하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나고,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는 것은 확실히 평범하게 벌어지는 사회적 차별이다. 그런데 뚱뚱한 주인공들이 선택한 것은 다이어트를 통해 평범한 기준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살찌려는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역주행을 선택한 방법도 역시 기이하고 이국적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볼 때, 이국적인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를 선택한 것이다.
스모, 더욱 몸이 클수록 강하기에 살을 더욱 찌울 필요가 있는 경기다. 평범하면 안 되는 경기인 스모를 통해 주인공들을 그것을 통해 맘껏 살찌울 수 있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것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국적인 문화를 지닌 나라의 경기인 스모를 통해 그들은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을 시작한다. 비만이기에 당당한,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면서 그곳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을 갖고, 그곳에서 그들과 소통하면서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평범한 곳이라면 우스운 스모 복장으로 그들은 거의 반나체로 거리를 활보한다. 스모를 하기엔 스모 복장을 입는 것을 부끄러워해선 안 된다는 그들의 스승의 지도에 따라 점점 그들은 그런 모습에 익숙해지고, 동시에 많은 진통이 있었고 고통이 있었지만, 살찐 그들의 모습을 점차 긍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런 모습을 역시 그들 주변이 점점 받아들이고 긍정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그들은 더욱 살찐 모습으로 평범만을 쫓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수준 미달이라서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기본적인 행복이 박탈된다는 것은 분명 불행이다. 세상의 편견으로 인한 권리의 침해는 그러나 어느덧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들 생활이다. 더구나 수준 미달과의 만남은 물론 소통조차도 거부하는 현실의 비극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아프게 했고, 그래서 영화의 멋진 반전은 고맙기조차 했다. 과연 현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든 된다. 그러나 변해야 하는 것은, 평범하기를 갈망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에 의해서는 물론, 스스로 파괴하기까지 하는 수준미달, 즉 Loser들이라기보다, 그들과 더불어 살기를 거부하려고만 하는 평범한 일반인들이다. 당연하고 진부한 이야기지만 언제나 지켜지지 않는 외모지상주의의 폐단은 이 영화 서사의 기본 뼈대다. 머나먼 곳으로부터 온 이 영화는 이야기를 즐거우면서도 감동적으로 풀어냈으면서도 무척 뼈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은 이 영화의 꿈처럼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범한 사람들이 조그만 노력만으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Loser들은 영화처럼 타국의 스포츠인 스모를 배워서라도 자신들의 행복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타성을 질타해야 한다는 진부한 사실을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