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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 A Prophe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묘한 신데렐라 이야기였다. 이민족이 살 수 있는 비법 전수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그들의 우아하지 못한 생활을 보면서 낯선 풍경 속에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들이 보였다.
영화의 매력은 방법이야 어떻든 생존해야만 하는 이민족의 세속적인 동화를 보여준다. 어릴 때 버림받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감옥까지 오게 된 어느 이민족 고아 출신의 성공담을 담고 있다. 그러나 썩 유쾌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영화에서의 성공이란 마약과 대마초를 잘 팔 수 있어서, 그리고 집단 깡패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서 얻은 것들이다. 소위 교과서를 통해 들려주거나 할 수 있는 그런 성공담이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과정 속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냉대, 핍박, 이민족의 서러움 등 다문화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비극들이 이 한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단 점이다. 그것도 문명 선진국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프랑스가 그 배경이었다. 어느덧 많은 나라에서 즐겨 인용되는 그런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 여간 당혹스런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르와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허상을 기반으로 이론을 만든 셈이었다.
주인공의 비극은 너무 가련한 모습에서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이민족을 죽이라는 코카사스 백인계의 핍박에 어떤 식으로도 대응할 수 없는 무력한 아랍계 소년이 보였다. 말리크 엘 제비나, 그는 결국 그렇게 길들여졌고 노예보단 조금 나은 생활이 보장됐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자신의 출신지인 아랍계에도 갈 수 없었고, 코카사스계에도 동화될 수 없는, 교도소에서의 이방인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랄까? 그런 그에게 형처럼 좋게 지낸 아랍계 동료도 있었고, 또한 자신의 허상 속에 존재하는, 자신이 죽인 영혼이 그의 옆에 있었다.
자신이 죽인 자의 영혼은 언제나 그의 옆에 있어 주었다. 어떤 설정일지 모르지만 그의 죄의식의 저편 속에 흐르는 미안함으로 인해 만든 허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허상은 그의 현실을 옭매는 과거의 흔적이며, 그가 떨치고 싶은 죄의식이었을 것만 같다. 그러면서 그는 성장한다. 6년이란 옥살이가 그의 앞에 놓여지면서 그 기간 동안 그는 점차 어른으로 성장했고, 또한 아랍계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시간이었다. 최악의 장소인 교도소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비록 잔인하지만 말이다. 그 교도소, 어쩌면 프랑스의 다민족 사회를 축소한 듯 하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참혹하고 기만적인 일상은 세상에 버림받은 아랍계 이민족을 더욱 몰아세울 뿐이었다. 그런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프랑스 백인들 역시 그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긴 마찬가지이기에, 언제나 폭력이 난무했고 함부로 무시했고, 그리고 그들 역시 어느덧 무시당하고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존의 지혜를 못 배운 결과는 매우 무서운 것이다.

감옥이란 최악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주인공은 살아갈 날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는 마약을 파는 루트와 판로를 개척했고, 자신의 힘이 되어줄 동료들도 만들었다. 그는 코카사스와 아랍계의 위험한 관계 한 가운데서 기막힌 줄타기로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보는 내내 위험한 그의 곡예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신데렐라가 됐다. 멋진 복수도 했다. 그리고 우아한 모습으로 세상으로 다시 살아 나왔다.
그러나 슬프다. 그가 알아낸 생존방식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언제나 범죄 가까이에 머물 뿐이었다. 언젠가 그 역시 누간가의 표적이 될 수 있는 환경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그는 그런 곳에서 벗어나려는 조그만 의지라도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방식이야말로 핍박 받고, 멸시 당하는 소수민족의 생존방식 아니겠는가? 그들은 그들의 피부와 그들의 언어로 인해 그들은 언제나 사회에선 타인이고 이용당하고, 그리고 필요 없으면 내쫓겨야 할 운명들이고 또한 그렇게 취급될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생존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육체 노동 아니면 범죄와 관련된 사업이다. 그것을 포기하라고 하기엔 그들이 처한 여건이 너무 험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당하게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없는 사회적 딜레마, 그것이 이 영화에서 아련하게 보인다.
뛰어난 르와르 영화다. 프랑스의 솔직한 단면을 범죄와 관련된 동화를 보여주면서 역설적으로 다민족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 영화에 많은 상들이 갔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 역시 영화의 아름답지 않은, 솔직한 단면에 수긍할 것이며, 자신들의 사회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 부정하기엔 사회의 부정적인 과거가 너무 많이 쌓였다. 헝클어진 실을 풀 듯, 하나하나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은 사회가 된 오늘, 이 영화는 그래서 무거운 느낌을 던져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