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 지음, 최한림 옮김, 찰스 M.슐츠 그림 / 미래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 [피너츠]란 만화가 어떤 것인지 몰랐다. 어린 시절에 어디선가 많이 봤었을 것이고, 또한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만화의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이 만화는 나에겐 그리 가까운 대상이 아니었고,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보다 인기가 없었다. 아마도 화려한 그림과 서사를 지니고 있어야 관심이 있는 내 개인적 취향으로 인해 [피너츠]란 만화는 나에겐 멀리만 있었다. 그래서 [When do the good things start?]란 책은 각별하다. 이 책을 통해 [피너츠]가 담고 있는 사고와 상징성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책은 많은 여백을 담고 있다. 한 단락이라고 할 수 없는 문장으로만 계속 이어진 이 책은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많은 여운을 담겨주고 있다. 또한 매 쪽마다 실려있는 만화들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덜어주듯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무척 인상 깊은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어쩌면 깊은 철학이 담겨 있고, 인간의 본성을 담은 내용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인간적인 부분은 ‘찰스 M. 슐츠’란 만화작가를 왜 저자가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언급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저자는 랍비이기도 하다. 아마도 유태인이인 것 같고 유대교를 믿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 그는 만화라는 소재를 통해 무척 독특한 방식으로 정신과 치료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피너츠]가 없었다면 그의 시도는 결코 완벽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피너츠]를 통해 볼 수 있는 인간적인 특성과 의사이기에 관심이 있을 허약성은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를 이끌어가는 소재들이다.
  만화에서 표현되는 인간은 허약하기 그지 없다. 근대문명이 도시와 함께 성장하면서 탄생한 도시인은 도시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내적, 심리적 고통을 갖고 있다. 허약함, 자신감 부족, 위선, 자책감, 그리고 우울 등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내적 고통을 현재도 인간은 겪고 있다. 이런 질병들이 [피너츠]란 만화엔 풍부한 예로 구체화된다. 만화는 잔혹하리만치 인간의 약한 면들을 절묘하게 파고들고 그것을 즐겁지만 씁쓸한 마지막을 만들면서 짧은 만화를 끝내고 나서의 어딘지 모를 문제의식을 일깨우게 한다. 만화는 쉽지도 않지만 마냥 웃게만 하지 않은 것이다.
  큰 화면을 통해 매 쪽을 차지하는 만화와 단락이라고 할 수 없이 끊어진 채로 서술되는 문장들은 풍부한 여백을 만들고 그러면서 마치 공원의 어느 벤치에 앉아서 풍부한 사색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런 내용에 저자의 감수성 있는 뛰어난 비유와 글솜씨는 내용을 표류 없이 떠돌지 않도록 인도한다.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상징과 만화는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과 사색이란 매우 모순적인 구성임에도 전혀 그것을 못 느끼도록 했다. 저자의 배려가 무척 빛난 부분이다.
  책에서 표현되는 인간의 허약함, 모든 이들의 가슴에 다가오는 부분일 것이다. 어느 순간 다 아는 주제이지 해결방법이긴 하지만, 현재의 인간들은 그런 것을 자주 기억하지 못하며, 언제나 새로운 날의 시작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듯, 과거에 대한 망각 속에 반성을 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당하는 피해를 언제나 겪으면서도 말이다. 인간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바로 이 때를 이 책은 경고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자책이나 반성, 혹은 자괴감 등으로 더 큰 상처를 당하지 말도록 배려 깊은 충고를 잊지 않는다. 책 전체가 충고이겠지만 한 글 한 글 읽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후회는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이며, 역시나 책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두껍거나 무겁지 않고, 또한 촘촘하게 쓰인 책이 아니면서도 책이 감당하고 있는 무게감을 크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할 시간을 갖게 된다. 아마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가치이리라. 그것, 이후엔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마 이 책에서 쓰이지 않았지만 분명 저자가 내게 이야기하는 충고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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