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의 조건 : 야망은 큰데 왜 아직도 평범한가 ㅣ 세계척학전집 6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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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초월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반복하게 만드는 사고와 욕망의 구조를 넘어서는 일이다."


왜 아직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문구도 그렇고, 표지만 보면 성공과 성취를 독려하는 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몇 장 넘기다 보니 의지를 불태우라고 말하기보다 왜 우리는 늘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며, 결국 같은 사람이 되는가를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초월은 연봉을 올리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규정하는 두려움과 습관, 욕망과 감정, 사회가 심어놓은 기준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거기서 한 걸음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과 심리학을 빌려 자기 자신을 다시 읽게 만드는 인문 교양서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여러 사상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방식이다. 제임스 힐먼의 다이몬은 인간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기보다 이미 어떤 가능성을 품고 태어난 존재일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조지프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영웅 서사에서 중요한 것은 시련보다 귀환이라고 말한다. 깨달음을 얻는 것보다 그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더 어렵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었다.


이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생각하지 않는 삶이 어떻게 악을 일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통해 불행을 미리 상상하는 스토아적 훈련을 소개한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와 파괴성, 막스 슈티르너의 자아, 한병철의 피로사회, 그리고 스피노자의 에티카까지 이어지며 현대인이 왜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붙이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병철을 인용하는 대목이었다. 규율사회에서는 타인이 나를 통제했지만, 성과사회에서는 내가 나 자신을 착취한다는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말이 어느새 해야 한다는 명령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은 오래 남는다. 요즘 자기계발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초월자의 조건'은 왜 우리는 스스로를 반복하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 설명하는 책이다.


헤르만 헤세, 조지프 캠벨, 한나 아렌트, 에리히 프롬, 한병철, 스피노자, 니체를 한 권에서 만난다는 점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철학적으로 엄밀한 해설서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고 싶다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초월은 더 높이 올라가는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계속 반복하게 만드는 세계관을 의심하는 일. 그 작은 전환이야말로 초월자의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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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바꿔도 인생이 바뀐다 ㅣ 인생 시리즈 2
김태환 지음 / 새벽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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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밑줄을 그은 문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결핍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시선을 두는 일이다."


처음에는 익숙한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덮은 뒤에도 이 문장만큼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평소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만히 돌이켜보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마다 나는 늘 부족한 것부터 먼저 떠올렸다. 시간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준비도 덜 되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앞섰다. 물론 현실적인 점검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시작 자체를 미루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짚는다. 결핍을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라, 결핍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사고도 함께 멈춘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생각은 조금씩 해결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요즘 내가 자주 하는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다. 계획은 점점 늘어나는데 실행은 더디고,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날들이 있었다. 그 이유를 능력 부족이나 환경 탓으로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혹시 스스로 가능성을 너무 빨리 닫아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단순한 긍정의 문장이 아니라, 시선의 방향을 바꾸라는 제안처럼 와닿았다.


책의 핵심 문제의식도 사람은 반복하는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고, 반복되는 행동은 결국 삶의 방향을 만든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 신경가소성, 사고의 유연성과 같은 심리학 개념도 어렵지 않게 풀어 설명한다. 특히 없다를 아직 없다로 바꿔 생각해 보라는 대목이나, 생각을 억누를수록 오히려 더 떠오른다는 백곰 효과를 소개하는 부분은 실생활과 연결해 이해하기 쉬웠다. 읽는 내내 거창한 성공담보다는 평소의 사고 습관을 점검해 보자는 메시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에 조금씩 생각이 이어지는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종종 당장 삶이 바뀔 것 같은 자신감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는 문장이 별로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오래 생각하게 된 한 문장만큼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생각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게 없는 것을 세기보다, 이미 가진 것과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바라보는 태도. 어쩌면 변화는 그렇게 아주 작은 시선의 이동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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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서 찾은 우리 몸 이야기 ㅣ 생각하는 어린이 과학편 8
정소영 지음, 권도언 그림 / 리틀씨앤톡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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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며 생기는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몸의 비밀을 배우게 되는 어린이 첫 인체 과학책."


보통 어린이 인체책은 심장, 폐, 뼈처럼 기관별로 설명을 시작한다. 하지만 '운동에서 찾은 우리 몸 이야기'는 거꾸로 간다. 수영을 하다가 숨이 차는 이유, 스케이트를 타다 빙글빙글 돌면 왜 어지러운지, 축구를 하면 왜 땀이 나는지처럼 아이들이 운동하면서 실제로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폐와 심장, 귀, 눈, 혈액, 근육, 영양소까지 이어진다.


다만 이 한 문장만으로는 책의 또 다른 장점이 조금 빠진다. 이 책은 단순히 운동과 인체를 연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카페인과 노폐물, 시력교정술, 비타민과 무기질처럼 생활 속 건강 상식도 함께 다뤄 아이들의 호기심을 넓혀 준다. 그래서 인체책이면서도 생활과학책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



아이들은 운동을 하다가 정말 많은 질문을 한다.


"왜 수영하면 숨이 찰까?"

"왜 빙글빙글 돌고 멈췄는데도 계속 어지럽지?"

"운동하면 심장은 왜 이렇게 빨리 뛰는 거야?"


'운동에서 찾은 우리 몸 이야기'는 바로 이런 질문에 하나씩 답해 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수영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폐와 호흡을 설명하고, 스케이트를 타며 생기는 어지러움은 귀 속 반고리관과 림프액으로 풀어낸다. 축구를 하며 흘리는 땀은 체온 조절과 배출 작용으로 이어지고, 역기를 드는 장면에서는 근육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같은 영양소 이야기까지 연결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설명이 교과서처럼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먼저 궁금해할 만한 상황을 보여 준 뒤 왜 그럴까를 차근차근 풀어 주기 때문에 읽는 부담이 거의 없다. 반고리관 속 림프액을 물병 속 물의 움직임에 비유하거나, 손목을 짚어 직접 맥박을 느껴 보게 하는 설명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는다.


그리고 한 가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가 갑자기 부모 손목을 잡고 맥박 재볼게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만큼 몸을 직접 관찰하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이런 책이라면 과학이 공부가 아니라 놀이가 되는 첫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다. 괜히 아이들이 재밋다고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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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을 지나 나를 만나다 - 삶의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천하이센 지음, 하은지 옮김 / 알토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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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대개 답을 먼저 내놓는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공식을 제시하고, 그 공식을 자신의 삶에 대입한다. 그런데 '검은 숲을 지나 나를 만나다'는 조금 다른 길을 택한다. 인생의 전환기를 검은 숲이라는 은유로 설명하면서, 그 숲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상담 사례를 쌓아 올린다. 심리학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상담실에서 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남편과의 관계를 붙들고 있던 한 여성이 상담자에게 결혼 생활을 이어가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라고 묻는다. 그런데 상담자는 의외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남느냐 떠나느냐 사이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결국 그녀는 현실을 인정할게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남편의 대답은 짧고 차갑다.


"나는 돌아올 수 없어. 우리 사이는 진작부터 가망이 없었어."


이 장면을 읽는데, 묘하게 조앤 디디온의 마법 같은 사고가 떠올랐다. 상실 앞에서 인간은 사실보다 희망을 붙드는 존재라는 점에서 닮아 있기 때문에.. 이 책이 특별했던 건 희망을 버리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이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상적으로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담자는 위로보다 현실을 건넨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팠고, 더 설득력이 있었다.


이 책은 최근 유행하는 자기계발서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를테면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행동의 기술을 말한다면, 이 책은 행동 이전에 도대체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를 묻는다. 또 브레네 브라운이 취약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면, 천하이센은 상실과 혼란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방법론보다 존재론에 가까운 접근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책이 제시하는 여정은 지나치게 정돈돼 있다. 실제 삶은 몇 번이고 원점으로 돌아가고, 어떤 사람은 1단계와 3단계를 오가며 몇 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 모델을 삶의 정답이라기보다 방향을 잡기 위한 지도 정도로 읽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래도 책장을 덮고 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여러 단계의 도식이 아니었다. 상담실에서 어렵게 현실을 인정할게요.라고 말하던 사람의 표정이었다. '검은 숲을 지나 나를 만나다'의 감정적 설득력은 심리학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검은 숲 한가운데서도 한 걸음을 떼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쓰다 보니 문득 생각났다. 좋은 자기계발서는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게 만드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적어도 그 점에서는 성공했다. 오히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부터 읽기가 시작되는 책 같았다.  읽히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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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돈은 데이터센터로 흐른다 - 60분 만에 끝내는 AI 데이터센터 투자지도
김현진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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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름들은 대개 반도체 기업이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돈은 데이터센터로 흐른다'를 읽으며 생긴 질문은 의외로 다른 것이었다.


“AI 시대의 진짜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저자는 AI를 소프트웨어 혁명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확장 과정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주목하는 생성형 AI 서비스 뒤에는 전력, 냉각수, 변압기, 전선, 서버 기판, 발전 엔진 같은 물질적 기반이 존재하며, AI 산업의 성장은 결국 이 기반 시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세 가지 조건, 즉 전기, 냉각, 부지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AI는 흔히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기술로 인식되지만, 이 책은 그것이 사실상 엄청난 전력 소비와 열 발생을 전제로 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환기한다. 그 순간 AI는 더 이상 알고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인프라의 문제가 된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질문이 조금 바뀌었다.


“우리는 왜 AI를 이야기하면서 늘 반도체만 보고 있었을까?”


변압기, 전선, 초고압 전력망, 서버 기판, 발전 엔진 등 그동안 투자자들의 시야 밖에 있던 공급망을 하나씩 해부한다. AI 산업을 반도체 중심으로만 이해했었다면, 왜 한국의 전력기기 기업들이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가라는 연결고리를 이해하게 된다. AI 서버용 기판이나 발전 엔진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돈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경로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사실 나는 투자서라기보다 산업사 입문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혁신은 언제나 눈에 띄는 기술보다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에 의해 지탱된다는 사실. 증기기관 시대가 석탄과 철도를 필요로 했고, 자동차 시대가 도로와 정유 시설을 필요로 했듯이, AI 시대 역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라는 거대한 인프라 위에서만 성립한다. 이 책은 의도했든 아니든 현대 기술문명의 숨겨진 물질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주식시장의 돈은 데이터센터로 흐른다'가 내게 남긴 가장 중요한 통찰은 AI 혁명의 중심에는 인공지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미래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의 배후에는 언제나 전력망, 변압기, 냉각 설비, 기판, 엔진 같은 오래된 산업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가장 미래적인 산업이 가장 전통적인 산업을 다시 소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기 전에는 데이터센터 관련주 이야기가 또 뻔한 테마주 설명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적어도 AI 열풍이 실제로 어디에서 전기를 먹고, 어디에서 열을 내며, 어떤 산업들을 깨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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