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버는 걸까 안버는 걸까
아이언 원 지음 / 글로세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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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 버는 걸까 안 버는 걸까'는 전형적인 성공담처럼 느껴졌다. 검은 표지, 금빛 글자, 상승 차트, 맨주먹 신화 같은 문구는 자연스럽게 돈 버는 법과 투자 전략을 기대하게 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금융시장 이야기가 강조돼 있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 창업가의 실전 노하우가 중심일 것이라고..


하지만 남은 것은 투자 기법보다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태도였다. 돈에 관한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사실은 돈 이전의 문제를 다루는 책이었다.


부모도 배경도 없는 자신에게 돈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생존의 방패였다고 말한다. 1,000일 동안 버텨 모은 500만 원은 작은 집을 살 수도 있었던 돈이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증거였다. 친구들이 그의 일을 지저분한 일이나 창피한 일이라고 불러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돈은 체면보다 노동과 자립의 문제로 제시된다.


그래서 책 제목도 다르게 읽힌다. 처음에는 왜 돈을 못 버는가를 따지는 공격적인 질문처럼 보였지만, 읽고 나면 나는 지금 실제로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라에 가까워진다. 돈을 못 버는 상태와, 필요한 행동을 계속 미루는 상태는 겉보기엔 비슷해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은 거대한 목표 앞에서 멈추지 말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쪼개라는 것. 오늘 내가 놓을 수 있는 벽돌 한 장은 무엇인가? 라는 식의 질문이 반복된다. 뻔한 말 같지만, 가난과 노동, 실패와 사업 경험이 붙으면서 아주 공허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기대했던 것은 시장 분석과 부의 축적 기술이었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이었다. 특히 위기일수록 사람과 미래에 투자하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투자는 단지 돈을 넣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믿고 기술을 만들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먼저 자리를 마련하는 태도다.


담배를 끊기 위해 의지로 버티기보다 유혹의 근원을 차단했다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고백은 책에 인간적인 결을 더한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장에서는 개인 영웅의 서사보다 사람을 키우고 보상하는 조직의 힘을 강조한다.


문체는 짧고 단정적이며 명령형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다소 압박적으로 느껴지고, 개인의 의지로 구조적 한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열심히 움직인다고 모두가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통장에 찍힌 500만 원, 실패한 지인, 직원과 아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장면이 반복되면서 문장에 현실감을 준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이 책은 더 이상 단순한 돈 공부 책으로 남지 않았다. 이 책에서 돈은 선택의 기록이다. 무엇을 위해 노동했고, 누구에게 투자했으며, 위기 앞에서 멈췄는지 움직였는지가 결국 돈과 삶의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돈 버는 비법을 기대했지만, 끝내 얻은 것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미루고 있는가. 그리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뻔한 말 같지만, 가끔은 그 뻔한 말을 다시 들어야 움직이게 되는 순간도 있다. '돈 못 버는 걸까 안 버는 걸까'는 바로 그런 순간에 펼쳐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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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봤어 - 땅에서 하늘로, 인류의 내일을 향한 여정
김유재 지음 / 행복에너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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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적과 연표를 따라간다. '이봐, 해봤어'는 조금 다르다. 현대의 역사를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으로 풀어낸다. 정주영의 개척, 정세영의 경영, 정몽구의 품질 혁신, 정의선의 미래 비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결국 한 기업이 어떻게 시대를 건너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정세영 회장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찾아가 독자 모델 개발을 결심하는 대목. 타인의 기술을 빌리는 길 대신 우리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경영 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자존심을 건 결단이었다. 실패는 가장 비싼 수업료였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데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후 포니가 캐나다 도로를 달리고, 교민이 우리 차다라며 벅차하는 장면에서는 산업이 한 사회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 러시아 공장을 정리하면서도 바이백(Buy-back) 조항을 남겨 둔 이야기.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현실 앞에서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선택. 이를 겨울을 견디는 씨앗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읽는 내내 곱씹게 되었다. 그 장면은 기업의 전략을 넘어, 삶에서도 필요한 회복력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정의선 회장과 AI, UAM, 로보틱스가 연결되며 현대의 미래가 그려진다. 특히 젠슨 황과의 만남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다시 정의되는 흐름을 설명하는 부분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산업의 전환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동차를 잘 몰라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포니와 엑셀의 성공, 품질 혁신,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미래 모빌리티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면서, 한국 산업이 어떻게 세계와 경쟁하며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는지를 생생하게 체감하게 만든다.

성공을 자랑하기보다 도전의 과정과 책임의 무게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이 회사 일이면 내가 한다.라는 문장은 조직문화의 핵심을 단순하면서도 강하게 보여준다. 또한 포니, 엑셀, 품질 혁신,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미래 모빌리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현대의 역사를 처음 접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하면 된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만이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이봐, 해봤어'는 현대자동차의 성장사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말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기록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 그리고 한국 산업의 오늘을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성공담을 넘어 도전과 책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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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아서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7
클로이 새비지 지음, 이현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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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아서'를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인물들이 왜 이렇게 생겼지 라고 생각했다. 우주복을 입은 대원들의 얼굴은 반듯하거나 귀엽기보다는 조금 찌그러져 있고, 노란 우주 생명체들은 곤충 같기도 하고 식물 같기도 하다. 예쁜 캐릭터가 나오는 그림책에 익숙하다면 살짝 당황할지도 모른다.


내가 느낀 낯섦은 주로 인물의 생김새와 몸짓에서 나왔다. 대원들은 손톱을 깎고, 엉터리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숨을 쉬고, 혼자 화장실을 차지한다. 멋지고 침착한 우주 탐사대라기보다 어딘가 부산스럽고 허술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정말 우주 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이상한 얼굴들이 차츰 익숙해졌다. 대원들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보다 보니 누가 겁이 많고, 누가 성질이 급하고, 누가 호기심이 많은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우주 생명체들도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처럼 느껴졌지만, 자세히 보면 놀라고, 숨고, 서로 의논하고, 인간들을 궁금해한다.


그러고 나니 뭔가 웃겼다. 대원들은 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겠다며 행성을 샅샅이 돌아다니는데, 정작 생명체들은 바로 옆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등장인물들만 모르는 상황이라, 아이와 함께 읽으면 저기 있잖아! 하고 그림을 가리키게 된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읽는 재미가 크다.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 책이 누가 누구를 발견하는가를 뒤집는 방식이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우주를 탐험하며 새로운 생명체를 찾아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들의 눈으로 보면, 인간 역시 처음 보는 이상한 생명체다. 마지막에 두 무리가 서로 마주 보는 장면에서는 탐험하는 사람과 탐험당하는 존재의 구분이 흐려진다.


우리는 낯선 존재를 만나면 먼저 이름을 붙이고, 설명하고, 이해하려 한다.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라고 묻는 순간, 상대도 똑같이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아서'는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없애지 않으면서도, 함께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친구가 되기 위해 꼭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낯설고 귀여운 우주 생명체들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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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
김환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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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규의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은 양자역학의 이중성, 관찰자 효과, 상보성 등을 음양, 공과 연기, 도가의 순환적 세계관과 연결해 인간과 세계를 하나의 관계망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너와 나, 인간과 자연, 주체와 대상을 지나치게 분리해온 사고가 오늘날의 사회적 갈등과 생태 위기를 키웠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이 문제의식은 지금의 현실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의 말보다 어느 편인지부터 확인하고,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책을 읽으며 같은 뉴스 기사를 보고도 전혀 다른 현실을 말하던 가족 단체대화방이 떠올랐다. 출근길에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말은 듣지 않고 진영만 확인한 채 끝나버린 대화도 생각났다.


이 책의 장점은 다소 추상적인 과학과 철학을 인간관계와 사회윤리의 문제로 끌어내린다는 데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며 존재하는 세계에 맞는 삶의 태도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사회적 분열, 공동체의 붕괴, 생태 위기를 하나의 관계의 위기로 묶어 읽는 시도도 지금 시점에 의미가 크다.


다만 양자역학과 동양철학의 유사성을 너무 빠르게 동일시하는 대목은 조심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물리학은 실험과 수학적 형식에 기반하지만, 음양이나 공과 연기는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 언어다. 두 영역의 연결은 흥미롭지만, 과학적 사실이 곧 동양철학과 윤리적 결론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도 있다. 동양철학 내부의 차이를 더 세밀하게 다뤘다면 논의가 한층 깊어졌을 것이라는 느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과학 교과서라기보다 현대 문명의 방향을 묻는 인문적 에세이로 읽을 때 강점이 선명하다.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일상으로 되돌려놓기 때문이다.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상대를 규정하는 데 익숙한 시대에, 내 관계와 태도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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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산책 - 별로 떠난 떠돌이 개
알무데나 파노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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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미안함이다. 처음에는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작은 강아지가 어떻게 우주까지 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주로 간 강아지라니, 어쩌면 용감하고 신기한 모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강아지는 이름이 없었어요. 누구도 지어 주지 않았거든요.”


이름조차 없던 강아지는 사람들에게 붙잡힌 뒤 라이카라는 이름을 얻고, 우주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라이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도, 좁은 장치 안에서 훈련받는 것도, 우주선에 타는 것도 라이카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철렁했다.


책 제목은 '라이카의 산책'이다. 산책이라고 하면 보통 신나게 밖으로 나가 걷고, 새로운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라이카의 마지막 여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운 산책과는 너무 달랐다. 자유롭게 걸을 수도 없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밝고 다정하게 들리는 산책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졌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며 우연히 음식을 발견하던 라이카의 삶도 실험실에 들어간 뒤 완전히 달라진다. 어디로 갈지 스스로 정할 수도 없고, 작은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이 특히 슬펐다. 사람들은 라이카를 관찰하고 기록했지만, 정작 라이카가 얼마나 두렵고 외로운지는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라이카가 마지막 힘을 내어 작은 둥근 창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인간에게 우주는 꿈과 발전을 보여주는 공간이었겠지만, 라이카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낯선 곳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라이카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 자꾸 상상하게 됐다. 괜히 그림 속 라이카를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


인간의 꿈과 발전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해도 괜찮은지, 그 희생을 용기나 영웅이라는 말로만 기억해도 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라이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라이카가 하고 싶었던 진짜 산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를 이야기해보기 좋다. 우주와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에게도 흥미롭지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책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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