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
김환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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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규의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은 양자역학의 이중성, 관찰자 효과, 상보성 등을 음양, 공과 연기, 도가의 순환적 세계관과 연결해 인간과 세계를 하나의 관계망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너와 나, 인간과 자연, 주체와 대상을 지나치게 분리해온 사고가 오늘날의 사회적 갈등과 생태 위기를 키웠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이 문제의식은 지금의 현실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의 말보다 어느 편인지부터 확인하고,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책을 읽으며 같은 뉴스 기사를 보고도 전혀 다른 현실을 말하던 가족 단체대화방이 떠올랐다. 출근길에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말은 듣지 않고 진영만 확인한 채 끝나버린 대화도 생각났다.


이 책의 장점은 다소 추상적인 과학과 철학을 인간관계와 사회윤리의 문제로 끌어내린다는 데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며 존재하는 세계에 맞는 삶의 태도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사회적 분열, 공동체의 붕괴, 생태 위기를 하나의 관계의 위기로 묶어 읽는 시도도 지금 시점에 의미가 크다.


다만 양자역학과 동양철학의 유사성을 너무 빠르게 동일시하는 대목은 조심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물리학은 실험과 수학적 형식에 기반하지만, 음양이나 공과 연기는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 언어다. 두 영역의 연결은 흥미롭지만, 과학적 사실이 곧 동양철학과 윤리적 결론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도 있다. 동양철학 내부의 차이를 더 세밀하게 다뤘다면 논의가 한층 깊어졌을 것이라는 느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과학 교과서라기보다 현대 문명의 방향을 묻는 인문적 에세이로 읽을 때 강점이 선명하다.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일상으로 되돌려놓기 때문이다.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상대를 규정하는 데 익숙한 시대에, 내 관계와 태도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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