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의 산책 - 별로 떠난 떠돌이 개
알무데나 파노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미안함이다. 처음에는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작은 강아지가 어떻게 우주까지 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주로 간 강아지라니, 어쩌면 용감하고 신기한 모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강아지는 이름이 없었어요. 누구도 지어 주지 않았거든요.”


이름조차 없던 강아지는 사람들에게 붙잡힌 뒤 라이카라는 이름을 얻고, 우주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라이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도, 좁은 장치 안에서 훈련받는 것도, 우주선에 타는 것도 라이카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철렁했다.


책 제목은 '라이카의 산책'이다. 산책이라고 하면 보통 신나게 밖으로 나가 걷고, 새로운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라이카의 마지막 여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운 산책과는 너무 달랐다. 자유롭게 걸을 수도 없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밝고 다정하게 들리는 산책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졌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며 우연히 음식을 발견하던 라이카의 삶도 실험실에 들어간 뒤 완전히 달라진다. 어디로 갈지 스스로 정할 수도 없고, 작은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이 특히 슬펐다. 사람들은 라이카를 관찰하고 기록했지만, 정작 라이카가 얼마나 두렵고 외로운지는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라이카가 마지막 힘을 내어 작은 둥근 창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인간에게 우주는 꿈과 발전을 보여주는 공간이었겠지만, 라이카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낯선 곳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라이카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 자꾸 상상하게 됐다. 괜히 그림 속 라이카를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


인간의 꿈과 발전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해도 괜찮은지, 그 희생을 용기나 영웅이라는 말로만 기억해도 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라이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라이카가 하고 싶었던 진짜 산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를 이야기해보기 좋다. 우주와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에게도 흥미롭지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책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