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해봤어 - 땅에서 하늘로, 인류의 내일을 향한 여정
김유재 지음 / 행복에너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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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적과 연표를 따라간다. '이봐, 해봤어'는 조금 다르다. 현대의 역사를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으로 풀어낸다. 정주영의 개척, 정세영의 경영, 정몽구의 품질 혁신, 정의선의 미래 비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결국 한 기업이 어떻게 시대를 건너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정세영 회장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찾아가 독자 모델 개발을 결심하는 대목. 타인의 기술을 빌리는 길 대신 우리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경영 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자존심을 건 결단이었다. 실패는 가장 비싼 수업료였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데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후 포니가 캐나다 도로를 달리고, 교민이 우리 차다라며 벅차하는 장면에서는 산업이 한 사회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 러시아 공장을 정리하면서도 바이백(Buy-back) 조항을 남겨 둔 이야기.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현실 앞에서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시작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선택. 이를 겨울을 견디는 씨앗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읽는 내내 곱씹게 되었다. 그 장면은 기업의 전략을 넘어, 삶에서도 필요한 회복력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정의선 회장과 AI, UAM, 로보틱스가 연결되며 현대의 미래가 그려진다. 특히 젠슨 황과의 만남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다시 정의되는 흐름을 설명하는 부분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산업의 전환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동차를 잘 몰라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포니와 엑셀의 성공, 품질 혁신,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미래 모빌리티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면서, 한국 산업이 어떻게 세계와 경쟁하며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는지를 생생하게 체감하게 만든다.

성공을 자랑하기보다 도전의 과정과 책임의 무게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이 회사 일이면 내가 한다.라는 문장은 조직문화의 핵심을 단순하면서도 강하게 보여준다. 또한 포니, 엑셀, 품질 혁신,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미래 모빌리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현대의 역사를 처음 접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하면 된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만이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이봐, 해봤어'는 현대자동차의 성장사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말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기록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이들, 그리고 한국 산업의 오늘을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성공담을 넘어 도전과 책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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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아서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7
클로이 새비지 지음, 이현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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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아서'를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인물들이 왜 이렇게 생겼지 라고 생각했다. 우주복을 입은 대원들의 얼굴은 반듯하거나 귀엽기보다는 조금 찌그러져 있고, 노란 우주 생명체들은 곤충 같기도 하고 식물 같기도 하다. 예쁜 캐릭터가 나오는 그림책에 익숙하다면 살짝 당황할지도 모른다.


내가 느낀 낯섦은 주로 인물의 생김새와 몸짓에서 나왔다. 대원들은 손톱을 깎고, 엉터리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숨을 쉬고, 혼자 화장실을 차지한다. 멋지고 침착한 우주 탐사대라기보다 어딘가 부산스럽고 허술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정말 우주 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이상한 얼굴들이 차츰 익숙해졌다. 대원들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보다 보니 누가 겁이 많고, 누가 성질이 급하고, 누가 호기심이 많은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우주 생명체들도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처럼 느껴졌지만, 자세히 보면 놀라고, 숨고, 서로 의논하고, 인간들을 궁금해한다.


그러고 나니 뭔가 웃겼다. 대원들은 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겠다며 행성을 샅샅이 돌아다니는데, 정작 생명체들은 바로 옆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등장인물들만 모르는 상황이라, 아이와 함께 읽으면 저기 있잖아! 하고 그림을 가리키게 된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읽는 재미가 크다.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 책이 누가 누구를 발견하는가를 뒤집는 방식이었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우주를 탐험하며 새로운 생명체를 찾아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들의 눈으로 보면, 인간 역시 처음 보는 이상한 생명체다. 마지막에 두 무리가 서로 마주 보는 장면에서는 탐험하는 사람과 탐험당하는 존재의 구분이 흐려진다.


우리는 낯선 존재를 만나면 먼저 이름을 붙이고, 설명하고, 이해하려 한다.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라고 묻는 순간, 상대도 똑같이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 생명체를 찾아서'는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없애지 않으면서도, 함께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친구가 되기 위해 꼭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낯설고 귀여운 우주 생명체들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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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
김환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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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규의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은 양자역학의 이중성, 관찰자 효과, 상보성 등을 음양, 공과 연기, 도가의 순환적 세계관과 연결해 인간과 세계를 하나의 관계망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너와 나, 인간과 자연, 주체와 대상을 지나치게 분리해온 사고가 오늘날의 사회적 갈등과 생태 위기를 키웠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이 문제의식은 지금의 현실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의 말보다 어느 편인지부터 확인하고,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책을 읽으며 같은 뉴스 기사를 보고도 전혀 다른 현실을 말하던 가족 단체대화방이 떠올랐다. 출근길에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말은 듣지 않고 진영만 확인한 채 끝나버린 대화도 생각났다.


이 책의 장점은 다소 추상적인 과학과 철학을 인간관계와 사회윤리의 문제로 끌어내린다는 데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며 존재하는 세계에 맞는 삶의 태도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사회적 분열, 공동체의 붕괴, 생태 위기를 하나의 관계의 위기로 묶어 읽는 시도도 지금 시점에 의미가 크다.


다만 양자역학과 동양철학의 유사성을 너무 빠르게 동일시하는 대목은 조심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물리학은 실험과 수학적 형식에 기반하지만, 음양이나 공과 연기는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 언어다. 두 영역의 연결은 흥미롭지만, 과학적 사실이 곧 동양철학과 윤리적 결론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도 있다. 동양철학 내부의 차이를 더 세밀하게 다뤘다면 논의가 한층 깊어졌을 것이라는 느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과학 교과서라기보다 현대 문명의 방향을 묻는 인문적 에세이로 읽을 때 강점이 선명하다.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일상으로 되돌려놓기 때문이다.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상대를 규정하는 데 익숙한 시대에, 내 관계와 태도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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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산책 - 별로 떠난 떠돌이 개
알무데나 파노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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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미안함이다. 처음에는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작은 강아지가 어떻게 우주까지 가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우주로 간 강아지라니, 어쩌면 용감하고 신기한 모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강아지는 이름이 없었어요. 누구도 지어 주지 않았거든요.”


이름조차 없던 강아지는 사람들에게 붙잡힌 뒤 라이카라는 이름을 얻고, 우주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라이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도, 좁은 장치 안에서 훈련받는 것도, 우주선에 타는 것도 라이카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철렁했다.


책 제목은 '라이카의 산책'이다. 산책이라고 하면 보통 신나게 밖으로 나가 걷고, 새로운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라이카의 마지막 여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운 산책과는 너무 달랐다. 자유롭게 걸을 수도 없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밝고 다정하게 들리는 산책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졌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며 우연히 음식을 발견하던 라이카의 삶도 실험실에 들어간 뒤 완전히 달라진다. 어디로 갈지 스스로 정할 수도 없고, 작은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이 특히 슬펐다. 사람들은 라이카를 관찰하고 기록했지만, 정작 라이카가 얼마나 두렵고 외로운지는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라이카가 마지막 힘을 내어 작은 둥근 창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인간에게 우주는 꿈과 발전을 보여주는 공간이었겠지만, 라이카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낯선 곳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라이카가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지 자꾸 상상하게 됐다. 괜히 그림 속 라이카를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


인간의 꿈과 발전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해도 괜찮은지, 그 희생을 용기나 영웅이라는 말로만 기억해도 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라이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라이카가 하고 싶었던 진짜 산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를 이야기해보기 좋다. 우주와 과학에 관심 있는 아이에게도 흥미롭지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책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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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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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차례로 설명하는 문학 입문서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삶과 소설을 오늘의 불안과 연결한 에세이에 가깝다. 추락, 모욕, 죄책감, 자기기만, 존엄 같은 문제를 짧은 글로 나누어 보여준다.


각 장은 알팍한 긍정과 위로를 집어치워라,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라처럼 강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글의 전개 방식도 비교적 일정하다. 먼저 절망이나 불안 같은 감정을 꺼내고, 도스토옙스키의 유형 생활과 도박, 빚, 창작 경험을 소개한 뒤, 그 장면을 지금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


이런 감정. 생애.해석. 조언의 반복은 안정적인 리듬을 만든다. 한 편이 짧고 주제가 분명해 부담 없이 읽힌다. 출퇴근길이나 자기 전에 몇 편씩 읽기에도 괜찮다. 시점도 그는에서 저자의 나는으로, 다시 우리나 당신으로 이동한다. 과거 작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내 얘기로 바뀌는 구조다.


가장 좋았던 점은 도스토옙스키의 실제 삶을 먼저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냥 힘내라, 자신을 믿어라라고 했다면 좀 뻔했을 텐데, 사형선고와 유형, 가난과 질병을 견딘 삶이 배경에 놓이면서 문장에 무게가 생긴다.


시베리아, 밑바닥, 거울, 품격, 하루치의 반복 같은 표현이 여러 장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노래의 후렴처럼 앞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책 전체를 하나의 분위기로 묶는다.


또 장마다 주제가 뚜렷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절망, 타인의 시선, 자기기만, 과거와의 화해 등 그날 필요한 부분부터 골라 읽을 수 있다. 뭐랄까, 완독해야만 의미가 생기는 책보다는 필요할 때 펼쳐보는 책이다.


반면 같은 방식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흐름이 쉽게 예상된다. 상처를 꺼내고, 도스토옙스키의 삶을 소개하고, 마지막에 단단한 문장으로 끝나는 구조가 거의 일정하다.


제목은 달라도 결론은 대체로 남의 시선보다 자기 기준을 가져라, 작은 반복으로 버텨라, 실패를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라로 모인다. 이 반복이 중심을 잡아주지만, 가끔은 논리가 더 나아가기보다 같은 생각이 표현만 바뀌어 되풀이돼는 느낌도 있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복잡한 작품 세계가 간단한 삶의 교훈으로 정리되는 점도 아쉽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선과 악,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는데, 그런 모순을 깊게 분석하기보다 현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조언으로 바꾼다. 그래서 작품론을 기대한다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를 매개로 한 실존적 에세이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 기준에서는 구성도 안정적이고 메시지도 일관된다. 무엇보다 절망을 성급하게 긍정으로 덮지 않고, 무너진 자리에서 무엇을 붙들 수 있는지 묻는 태도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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