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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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대부분은 얼마나 대단한가 혹은 얼마나 벌었는가에 머문다. '엔비디아 DNA'는 그 지점을 한 발 비껴선다. 이 책은 엔비디아의 성공을 찬양하기보다, 왜 지금 AI가 지정학적 무기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GPU가 전략 자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는지를 해부한다.


특히 GPU를 칩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적 결과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전력, 냉각,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태계까지 동시에 맞물려야 돌아가는 구조.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서버 창고가 아니라 계산 공장이고, 경쟁은 누가 더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돌리는가의 문제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은 기술을 물성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시장, 정책, 조직 문화, 실패 관리, 리더십까지 한 덩어리로 묶어 읽는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를 가장 빨리 인정하고 수정하는 속도에서 나왔다는 대목은 기업 경영서로 읽어도 좋을 만큼 현실적이다. 실패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전환하는 사고방식은, 불확실성이 일상인 AI 시대에 와닿는다.


또 하나, 플랫폼에 대한 해석. 기술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은 개발자를 끌어들이는가, 누가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누적하는가가 관건이라는 주장. CUDA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확장 전략은 단순한 반도체 비즈니스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처럼 읽힌다.


그리고 꽤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소비 시장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가장 빠른 실험실이 될 것인가. 완성된 제품을 사는 고객으로 머물면 가격 협상력은 있을지 몰라도 기술 방향을 정하는 힘은 없다. 읽다 보면 어느새 기업 전략서이면서 동시에 시대 진단서처럼 느껴진다.


문체는 비교적 명료하고, 사례 중심이라 읽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담고 있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AI를 도구로 볼 것인지, 인프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권력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 이런 독자에게 추천


테크 산업 종사자와 스타트업 창업자

GPU와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어떤 경쟁 구조를 만드는지 알고 싶은 분.

기업 전략, 정책, 산업 연구 분야 종사자

AI를 산업, 지정학, 플랫폼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보고 싶은 분.

조직 리더 및 팀장급 이상

실패 관리, 실행력, 장기 누적 전략에 대한 현실적인 통찰을 얻고 싶은 분.

AI 트렌드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일반 독자

단순한 기술 설명을 넘어, 왜 지금 AI가 세계 질서를 흔드는지 궁금한 분.


👍 추천 이유


AI를 유행이 아니라 구조로 이해하게 만든다.

엔비디아를 기업이 아닌 생태계 설계자로 보게 한다.

기술, 정치, 시장, 조직 문화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준다.

한국 독자에게 꽤 직접적인 전략적 질문을 던진다.


AI가 편리한 기능을 넘어 전략 자산이 된 시대다.

그 전환을 짚어보고 싶다면, 이 책은 괜찮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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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놀로지 - 우리의 세계는 스크린으로 연결되었다
이현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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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스크린이라고 하면 그냥 휴대폰 화면, 모니터, TV 정도 떠오르는데 이 책은 그걸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 스크린은 단순한 기계 부품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 그 자체라는 거다.


읽다 보니 괜히 좀 뜨끔했다.

전시장 가서 작품 보기보다 사진부터 찍고, 맛집 가서 음식 나오면 먼저 카메라 켜고, 좋은 풍경 보면 감탄보다 저장이 먼저인 나 자신… 지금을 사는 게 아니라 지금을 기록하느라 바쁜 삶. 책에서 말하는 현재를 미래를 위해 저장하는 삶이라는 표현이 딱 와닿았다.


특히, 예술은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새롭게 의미가 생기는 거라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스크린 환경은 뭐든 빠르게 소비하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게 만든다. 영상 하나, 릴스 하나, 뉴스 하나… 생각이 깊어질 틈이 별로 없다. 그게 좀 씁쓸하게 느껴졌다.


VR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가상현실이 그냥 가짜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참여하면서 진짜처럼 느끼게 되는 구조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그걸 읽으면서 게임이나 메타버스가 왜 그렇게 몰입되는지 이해가 됐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존재하느냐인 것 같다.


이 책은 어렵게 보일 수도 있는데, 막상 읽어보면 생각보다 우리 일상 얘기다. 스마트폰, SNS, 영상, 사진, 온라인 회의… 다 내 얘기.. 다만 그걸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만들어준다.


읽고 나서 제일 크게 남은 질문은..

내가 스크린을 쓰는 걸까, 아니면 스크린이 나를 설계하고 있는 걸까?


일하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 보고, 퇴근해서도 휴대폰 보고, 주말에도 OTT 켜는 입장에서 꽤 생각해볼 만한 책이었다. 당장 디지털 디톡스를 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최소한 나는 지금 어떻게 보고 있는가? 를 한 번쯤 자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괜히 멋 부린 철학서라기보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한테 필요한 정리 노트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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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수업』 리뷰


더 많이 생각하던 나에게, 덜 흔들리는 기준을 남긴 책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철학을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알고, 더 정교하게 사유해야만 불안이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

‘서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수업’은 그 믿음부터 조용히 뒤집는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나는 생각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기준이 없었던 거구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르크스, 니체, 카프카, 하라리까지、

이 책은 고전을 해설하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삶에 직접 닿는 질문만 남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달리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관계 맺고 선택하는가.

이 질문들은 답을 요구하기보다, 삶의 방향을 잠시 멈춰 세운다.

그리고 멈춘 자리에서야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느림에 대한 관점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느림은 속도를 포기하는 태도가 아니라, 삶의 밀도를 선택하는 태도라는 점.

기술과 알고리즘이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은 더 빠른 반응이 아니라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문장은 지금의 나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관점이 이동한 지점은 분명하다.

나는 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답을 찾았지만, 이 책은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말고 질문을 정제하라고 말한다.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가를 묻게 된다.

그 질문은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관계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우정과 애착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과 태도의 축적이라는 관점이다.

진정한 관계는 빠르게 증명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함을 견딜 수 있을 때 깊어진다는 말은

지금의 인간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서른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 수업’은 위로를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흔들릴 때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남긴다.

서른이라는 시기를 통과하며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인생의 해답이 아니라 생각의 바닥이 되어준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더 하게 되기보다, 덜 하게 된다.

불필요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지금의 선택을 스스로 감당할 준비를 하게 된다.

그 변화는 크지 않지만, 이후의 선택들을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조금이, 삶에서는 생각보다 오래 영향을 미친다.


더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세계 속에서,

이 책은 묻는다.

지금,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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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좋은 동시 2025
안도현 외 엮음, 손미현 그림 / 상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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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한 번 더 숨을 고르게 되고, 시를 다 읽고 나서도 바로 다음 장으로 가지 않게 됐다. 글이 어렵거나 무거워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조금 더 있고 싶어서였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는 조용한 책이다. 크게 웃기지도 않고, 눈에 띄는 말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장면들을 내어놓는다. 손이 움직이는 모습, 밥을 먹는 시간, 가만히 서 있는 나무,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오후 같은 것들. 그런 장면들이 시 속에서 특별해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의 시들은 아이에게 다가갈 때 조심스럽다. 무언가를 알려 주려 들지 않고 먼저 손을 잡으려 하지도 않는다. 아이가 이미 보고 있고 이미 느끼고 있다는 걸 믿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믿음이 문장 사이사이에 깔려 있다. 읽는 동안 이건 아이를 위해 쉽게 만든 말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그림도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 시를 설명하지 않고 감정을 대신 말해 주지도 않는다.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시간을 건너는 것처럼. 그래서 어떤 날에는 그림을 먼저 오래 보고, 어떤 날에는 시를 여러 번 다시 읽게 된다. 그 순서가 매번 달라도 괜찮다.


아이에게 읽어 주다가 문득 멈춘 적이 있다. 더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굳이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있었고, 나는 시를 다시 읽고 있었다. 같은 페이지를 펼친 채,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참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읽고 나서 무언가를 남기기보다, 조금 덜어낸 상태를 남긴다. 설명해야 할 말이 줄어들고,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그런 시간을 허락하는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었을 때, 마음이 환해졌다기보다는 낮아졌다. 차분해졌고, 조용해졌다. 그래서 좋았다. 오래 곁에 두고,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다시 펼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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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낡은 수첩 - 위기의 순간마다 다시 펼쳐본 삶의 문장들 AcornLoft
마테호른 지음 / 에이콘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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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새로운 말은 하나도 없는데, 왜 자꾸 표시를 하게 될까? 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적인 문장은 없고 감탄사가 튀어나올 만한 대목도 거의 없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상하게도 펜을 들게 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좋은 말이라기보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대충 넘겨왔던 기준들에 가깝다.


'억만장자의 낡은 수첩'은 성공을 설명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들이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태도를 기록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조언처럼 들리지 않고, 확인에 가깝다. 이걸 알고는 있었지. 그런데 요즘은 잘 지키고 있었나? 라는 식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책 속에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인드라 누이, J.K. 롤링 같은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대단한 업적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책임을 피하지 않는 선택, 비교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 당장의 성과보다 오래 가는 판단 같은 기준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인물들은 성공의 상징이라기보다, 오래 버틴 사람들로 읽힌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로하지도 않고,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괜찮아도 아니고 버텨라도 아니다. 다만 판단이 흐려질 때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읽고 나면 의욕이 솟기보다, 생각이 조금 정리된 상태가 된다. 그래서 힘이 없을 때, 선택 앞에서 망설일 때 더 잘 맞는다.


문장 하나하나를 보면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비교가 나를 흐트러뜨린다는 것,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것. 이 책은 그 사실을 새롭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말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 보여주면서, 그래도 이건 끝까지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물론 단점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전략을 기대한다면 심심할 수 있다. 실천 리스트나 단계별 가이드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번 읽고 덮는 용도가 아니다. 수첩처럼 곁에 두고, 필요할 때 펼쳐보는 책이다. 실제로 필사하거나, 마음에 걸리는 문장에 표시해두고 다시 읽기에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당장 의욕이 필요한 사람보다, 이미 여러 선택을 거쳐오며 기준이 흐려졌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을 때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중 무엇을 끝까지 붙잡을지 고민할 때 읽으면 좋다.


'억만장자의 낡은 수첩'은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포기해도 될 것처럼 보이는 순간, 무엇을 기준으로 다시 판단할지 조용히 되묻는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 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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