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았다면 미친 척이라도 해야 한다 - 25살 청년은 어떻게 보험 영업으로 자기 삶을 변화시켰을까?
노원명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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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을 보고 솔직히 좀 웃었다. 미치지 않았다면 미친 척이라도 해야 한다라니, 뭔가 나한테 직접 하는 얘기 같아서 뜨끔하기도 했고, 동시에 꽤나 도발적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마침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이 책을 쓴 노원명 작가는 25살에 밑바닥부터 보험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보험 영업 경험도 없고, 영업 쪽 일은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내 삶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특히 요즘처럼 열심히 일은 하는데 막상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은 없고, 반복되는 하루에 지쳐가는 내 일상에 자꾸 이입하게 되었다.

책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막연한 동기부여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거다. 대신 정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을 준다. 예를 들어 『가슴에 새길 TIP』이라고 해서 중요한 내용을 짧게 정리해주는데, 여기 나오는 문장들이 꽤나 묵직했다.

"생각의 감옥을 부수지 않으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인생의 감옥 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땐, 솔직히 ‘생각의 감옥’이 뭔지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많은 핑계와 고민들로 나를 스스로 가두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그래서 내가 요즘 자꾸 지치는구나’ 싶었다.


나도 한때 직장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남보다 일찍 와서 일을 하려는 것도 있었지만, 남들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더 내 삶을 주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에서도 단 10분의 지각이나 단 10분의 앞섬이 인생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이 부분에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결국 나는 그때의 작은 습관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에게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질투할 시간에 자신의 가치를 올려라’라는 챕터였다. 가끔 SNS를 보면서 괜히 기분이 다운되는 날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남과 비교하는 습관을 멈추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나를 위한 공부나 취미생활로 돌려보자고 결심했다.


사실 자기계발서는 잘 안 읽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인 조언들이라 오히려 더 신뢰가 갔다. 내 안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내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고 싶을 때마다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사람,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나를 돌아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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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 - 조선 불교 이야기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5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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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는 오래 살아온 내게도 언제나 낯선 얼굴을 드러낸다. 사찰을 그다지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내게 이 책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책읽는고양이)은 내가 살던 익숙한 동네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10층 석탑' 얘기가 나왔는데,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어릴 적 아버지 손 잡고 탑골공원에 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에. 유리벽 안에 보관된 저 탑이 왜 저기 있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몰랐던 그 시절의 나는 그냥 뛰어놀기 바빴다. 황윤 작가는 서울 곳곳에 흩어진 사찰과 그 흔적을 따라 걸으며, 조선 시대 불교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조계사의 웅장한 대웅전이 일제강점기 이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나, 동대문(흥인지문)이 단순한 성문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품은 곳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내겐 그냥 늘 지나가는 길 위의 풍경이었던 동대문 근처에서, 고모와 함께 평화시장 골목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걸었던 길이 더 선명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무심코 지나친 동네 구석구석이 얼마나 깊은 역사를 품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고 반성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책 속에 담긴 사찰 이야기가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선 초부터 이어진 연등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종로 한복판에서 매년 보던 연등 축제가 떠올랐다. 왜 종로 거리에서 매년 연등 축제가 열리는지, 그 유래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기분이다. 이런 깨달음 덕분에 책을 다 읽고 나니 당장이라도 종로를 다시 천천히 걸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책에 담지 못한 사찰들을 직접 찾아보라고. 그래서 다음 주말엔 이 책을 들고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종로의 구석구석을, 예전에 지나쳤던 사찰과 골목길들을 천천히 다시 걷고 싶다. 종로를 익숙하게 걸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분명 이전에 알던 종로의 모습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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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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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밤 9시 무렵이 되면 자연스레 책상 앞으로 향하게 된다.

시끄러운 하루가 잦아들고, 휴대폰 알림도 뜸해지는 시간.

그 조용한 틈에 읽은 책이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였다.


읽고 난 뒤엔 누구에게 설명해야 할지 한참을 멈춰 있었다.

양자역학이라는 낯선 단어가 나를 뜻밖에도, 묘하게 사적인 세계로 데려다 놓았기 때문이다.


표지엔 까만 고양이가 장난스럽게 눈을 치켜뜨고 있다.

처음엔 이 일러스트가 가볍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그 고양이가 결국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너 지금 이 우주가 진짜라고 믿고 있어?’라고 묻는 것처럼.


한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불면의 밤이 길었고,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믿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당신이 죽는 현실은 당신이 인식할 수 없다'는 문장을 봤을 때,

오랜 시간 굳게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살짝 열리는 듯했다.

많은 우주들 중에서 내가 살아있는 우주만을 인식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그 낯설고도 기묘한 위로.

책은 마치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듯,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의 시점으로 끌어당긴다. 어떤 관측자가 있는가에 따라 현실이 결정된다는 설명은, 예술을 할 때의 감각과도 닮았다. 누가 보느냐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처럼.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죽은 고양이와 살아 있는 고양이가 동시에 존재하는 슈뢰딩거의 실험을 수식과 그림으로 설명한 부분이었다. 그 단순한 이미지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돈다. 그 상자 속 고양이는 사실 나 자신이었다. 무수한 가능성 속에 살아남은, 단 하나의 나.

결국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입문서가 아니다. 나와 우주 사이의 틈, 혹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감각을 포착해낸 에세이에 가깝다.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닫히지 않는 책. 가끔 어떤 책은 나에게 말 건네기 위해 이 우주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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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돌아가기
최영건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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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불 꺼진 방. 출판사에서 보내온 사랑으로 돌아가기를 펼쳤다. 별 기대 없이 하루의 끝에서 몇 장 넘겨보려던 책은, 생각보다 더디게 읽혔다. 문장마다 무언가 잠겨 있었고, 그 느린 속도는 내 마음의 리듬과 묘하게 겹쳐졌다.

오이의 ‘카밍 시그널’ 이야기를 읽다가, 오래전에 떠나보낸 강아지가 떠올랐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눈빛, 아주 작게 떨리던 귀끝의 온기. 그 체온이 아직도 손바닥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했다. 문득, 그리움은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꺼내놓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문득, 오래전 겨울밤이 떠올랐다. 눈이 내려 버스가 끊긴 날, 아버지가 두꺼운 외투 위로 담요를 둘러쓰고 역 앞까지 걸어와 날 기다리던 모습. 별말 없이, 그냥 "가자" 한마디. 춥고 어두운 길을 함께 걸었던 그 시간이, 불현듯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사랑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표현보다 동행, 말보다 발걸음.

또 어떤 문장에선, 익숙하면서도 낯선 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잘 살아온 걸까, 아니면 그저 버텨왔을 뿐일까. 책은 그런 질문에 사랑이란 반드시 크고 분명할 필요는 없다고. 무언가를 향해 아주 잠시 마음을 멈추는 것, 그 자체가 사랑의 시작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돌아간다는 건 과거로의 후퇴가 아니라, 다정함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의지다.”
이 문장에서 오래 머물렀다. 다정함은 뒷걸음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한 조용한 전진이다.

사랑으로 돌아가기는 크고 극적인 감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잊고 있던 감각과 지나간 얼굴들, 오래된 기억들을 조심스럽게 불러낸다. 그렇게 작은 순간들이 쌓이며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들. 말 없이 건네는 시선, 무심한 기다림, 스쳐 가는 따뜻함. 이 책은 그 조각들을 다시 엮어 하나의 결로 보여준다.

이 책은 나에게 조용한 회복의 경험으로 다가왔다. 지금보다 조금 더 다정한 내가 되고 싶다는 바람. 누군가에겐 그저 하루의 한 페이지일 수 있겠지만, 내게는 잊고 지냈던 마음의 감정을 되살려준 시간이었다.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이 글은 오롯이 나의 조용한 새벽, 그리고 한 권의 책과 함께한 체험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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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클럽
김쿠만 외 지음 / 냉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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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클럽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인가 싶었다. 그런데 노란색 배경에 픽셀 스타일로 그려진 독특한 표지를 보고 나니까 조금 더 끌렸다. 어딘지 촌스러운 듯 귀엽고, 무심한 듯 신경 쓴 느낌. 손에 들었을 때 두께도 적당하고, 글자 크기나 구성도 부담 없어서 잠깐 보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인데, 생각보다 오래 붙들고 있었다.


책은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단편 앤솔로지다. 공통된 주제는 ‘달리기’지만, 모두가 전혀 다른 이유로 뛰고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잊기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관계를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 뛴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형 러닝앱 ‘러닝클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우리가 이미 익숙한 세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몰입됐다.


요즘 나는 퇴근하고 나면 말 한마디 안 하고 하루가 끝나는 날도 많다. 그런 날이면 괜히 밖에 나가 걷거나, 이어폰 꽂고 달리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내가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다 그렇다.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저마다의 공허함을 달리면서 밀어내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넌 더 빨리 뛰고 싶어? 얼마나 더?”라는 문장이다. 요즘의 내 속도, 내 방향, 내 자리 같은 걸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잠시라도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러닝클럽은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옆에 앉아서, 나도 그래, 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싱글로 살아가는 일상이 점점 단단해질수록, 가끔은 이렇게 부드럽게 와닿는 문장 하나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늦은 밤, 이상하게 내일이 조금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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