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클럽
김쿠만 외 지음 / 냉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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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클럽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인가 싶었다. 그런데 노란색 배경에 픽셀 스타일로 그려진 독특한 표지를 보고 나니까 조금 더 끌렸다. 어딘지 촌스러운 듯 귀엽고, 무심한 듯 신경 쓴 느낌. 손에 들었을 때 두께도 적당하고, 글자 크기나 구성도 부담 없어서 잠깐 보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인데, 생각보다 오래 붙들고 있었다.


책은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단편 앤솔로지다. 공통된 주제는 ‘달리기’지만, 모두가 전혀 다른 이유로 뛰고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잊기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관계를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 뛴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형 러닝앱 ‘러닝클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우리가 이미 익숙한 세상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더 몰입됐다.


요즘 나는 퇴근하고 나면 말 한마디 안 하고 하루가 끝나는 날도 많다. 그런 날이면 괜히 밖에 나가 걷거나, 이어폰 꽂고 달리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내가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다 그렇다. 말은 안 하지만, 다들 저마다의 공허함을 달리면서 밀어내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넌 더 빨리 뛰고 싶어? 얼마나 더?”라는 문장이다. 요즘의 내 속도, 내 방향, 내 자리 같은 걸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잠시라도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러닝클럽은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옆에 앉아서, 나도 그래, 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싱글로 살아가는 일상이 점점 단단해질수록, 가끔은 이렇게 부드럽게 와닿는 문장 하나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 늦은 밤, 이상하게 내일이 조금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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