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두 개로 시작한 독일 생존기 - 15년 차 독일 직장인이 전하는 취업·언어·정착 현실 적용법
서승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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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표지부터 시선을 잡았다.

이 책은 이민 성공담이라기보다, 낯선 세계에서 나로 살아남는 법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무비자로 독일 가서 일자리 알아본다고?”

📍“독일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독일 가서 취업을 해?”

이 도발적인 문장들에 나는 피식 웃었다.

2000년대 초, 나 역시 말도 안 된다는 시선을 받으며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의 문턱에서 느꼈던 묘한 설렘. 이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그 공기가 되살아났다.


저자 서승아는 배낭 두 개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해 15년을 버텨낸 사람.

그가 독일에서 익힌 생존의 방식은 놀랍게도 냉정한 구체성이었다.

비자 서류, 발음 훈련, 언어 리듬, 그리고 일상 속 독일어 문장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삶의 기술로 정리되어 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가 ChatGPT와 독일어 롤플레잉 연습을 하는 장면.


“난 손님이고 넌 약국 직원이지. 이번엔 문장 리듬을 잘 듣고 나중에 피드백을 줘.”

『배낭 두 개로 시작한 독일 생존기』 p.118


언어는 결국 타자와의 거리에서 생겨나는 리듬이다.

그 장면을 읽으며,

내가 예전에 베를린 장벽 유적 앞에서 들었던 바람 소리를 떠올렸다.

낯선 언어의 리듬, 그 안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나의 호흡.


책 말미의 문장도 오래 남는다.


“맥락에서 따로가 아닌, 그날 그날 ‘만나는’ 모든 독일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이다.”


이번 10월 베를린 여행은, 아마 그 문장의 실험이 될 것이다.

길 위에서, 갤러리 카페에서, 혹은 슈프레 강변의 낯선 대화 속에서 만나는 독일어를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 한다.


📚 '배낭 두 개로 시작한 독일 생존기' | 서승아 지음

일상을 버티는 언어의 근육,

그리고 낯선 세계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법에 대해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야기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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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최저점을 읽는 핵심 수업 - ‘부동산발 대공황’ 시장의 재편과 투자 전략
박감사(박은정)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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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내 집 마련이라는 단어는 점점 더 신화처럼 들린다. 부모 세대에게는 인생의 한 장면이었던 그것이, 우리 세대에 이르면 거의 불가능한 서사처럼 느껴진다. 커피 한 잔 값이 오른 게 문제가 아니다. 내 월급으로는 평생 전세조차 어렵겠다는 냉혹한 현실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매일같이 지금은 사면 안 된다와 이제 곧 반등이 온다는 상반된 예언을 쏟아내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책, '부동산 최저점을 읽는 핵심 수업'. 짙은 남색 표지 위에 번개 모양으로 새겨진 선 하나가, 이상할 만큼 절박하게 다가왔다. 마치 지금이야말로 공부라도 해야 할 때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의 문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왔다. 그는 시장은 숫자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반영이라고 단언한다. 부동산 차트의 굴곡선 뒤에는 언제나 군중심리의 파도가 있고, 그 파도를 읽을 수 있어야만 최저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거래가 멈추고, 수요가 사라지고, 공급이 넘치는 시점. 모두가 두려워할 때, 그 공포의 골짜기 속에 진짜 기회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단호하다. 그 기회는 결코 감이나 용기로 잡히지 않는다. 준비된 자, 곧 데이터를 이해하고 구조를 분석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그의 설명은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다. 단순히 가격이 떨어졌다고 덥석 사는 것이 아니라, 공급 구조와 인구 변화, 정책 리스크, 그리고 시장 심리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축과 기축의 공급 사이에서 생기는 시간차, 인구의 이동과 출산율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수요 공백, 정부 정책이 만들어내는 인위적 변동 등,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그는 이를 거대한 심리적 생태계라 부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경제서가 아니라, 인간 심리학과 사회학, 나아가 문화사적 통찰이 교차하는 텍스트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실패담이 자꾸 떠올랐다. 몇 년 전, 전세 만기가 다가오자 불안감에 휩싸여 급히 아파트를 매수했다. 더 오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집이 없어질까 봐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달부터 가격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공포감은 시장이 아니라 내 감정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책 속의 문장처럼, 나는 시장이 아니라 공포에 반응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듯, 최저점 매수의 본질은 용기가 아니라 준비다. 이 문장을 밑줄 긋고 오래 바라봤다. 부동산 공부를 투기로만 치부하던 내 시선이 부끄러워졌다.


책의 문체는 놀라울 정도로 절제되어 있다. 전문 용어로 독자를 겁주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공급은 신축과 기축, 두 가지 물결로 온다, 모두가 뛰어들 땐 잠시 걸어가라 같은 명료한 문장을 쓴다. 마치 난기류 속에서도 침착하게 조종하는 노련한 파일럿 같다. 무엇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돈의 세계로만 보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과 불안, 기대와 후회가 얽힌 현대성의 실험장으로 해석한다. 그 지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투자서의 경계를 넘어선다. 철학적이고, 동시에 심리학적이다.


읽고 나서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부동산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 마련이란 생존의 문제이자, 자기 신념의 문제다. 타인의 조언보다 스스로의 데이터와 사고를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저점을 찾는 일은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조용히 오래 기다리는 일임을 깨달았다. 결국 시장도, 인생도, 타이밍보다 체력의 문제다.


책을 덮으며 문득 엉뚱한 비유가 떠올랐다. 요즘의 나는 마치 겨울잠 앞둔 다람쥐 같다. 도토리를 모으는 대신 통계청의 주택공급 데이터와 한국은행의 금리 그래프를 모은다. 매일 밤 그래프를 바라보며 심리 저점을 계산하는 나를 보면, 우습기도 하고,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면 괜찮다. 진짜 봄은 언제나, 가장 추운 겨울 다음에 오니까. 이 책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는 법을,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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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편한 심리학 -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 뒤숭숭한 사람들을 위한
우에키 리에 지음, 서수지 옮김 / 생각지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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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 마리가 비가 오지만 속 편하게 앉아 있는 그림.

책 제목은 '속 편한 심리학'.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책을 펼쳤는데… 이상하게 한 장, 두 장 넘길수록 마음이 놓였다.



🧠 “행복은 통제를 내려놓는 순간 온다”


이 책은 심리학 이론서라기보다,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사람을 위한 가벼운 심리학 산책 같다.

저자 우에키 리에는 불안장애를 겪은 심리학자다.

그래서인지 문체에는 학문적인 냉철함보다, 고백에 가까운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는 말한다.

“행복은 통제를 내려놓는 순간 찾아온다.”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졌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너무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늘 모든 걸 통제하려 한다.

일, 관계, 감정, 심지어 미래까지.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통제할 수 없는 걸 억지로 붙잡으려 하니까,

불안이 커지고 행복은 멀어지는 거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묘하게 가슴이 내려앉았다.

“놓아도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견디기 위해 붙잡고 있던 건, 어쩌면 내 마음을 더 옥죄는 끈이었는지도 모른다.



🌱 “인간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남이 알아주길 바란다”


책 속 한 문장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며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나 나라는 사람을 타인이 알아봐 주길 원한다.

그게 좋아요의 숫자든, 누군가의 짧은 칭찬이든 상관없다.

넌 참 성실해. 넌 따뜻한 사람이야.

이런 말 한마디에 괜히 눈물이 핑 도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 역시 늘 누군가의 인정 속에서 내 존재를 확인받으려 했다.

그게 친구의 말이든, 직장의 평가든, 아주 사소한 반응이든 간에.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그 욕구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본능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동안의 내 불안이 조금은 이해됐다.

아, 나는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었구나.



📖 심리학은 차갑지 않았다


그동안 심리학이라고 하면 뭔가 차갑고 분석적인 학문 같았다.

하지만 '속 편한 심리학'은 다르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건 따뜻함이다.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나를 객관화하는 방법,

삶을 조금은 느슨하게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착각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다.

우리는 완벽히 합리적일 수 없기에,

때로는 나 괜찮다는 착각이 우리를 버티게 만든다고.


그 말을 읽고 나서, 나도 내게 조금 더 관대해졌다.

불완전한 나 자신을 꾸짖는 대신,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버텼다고 말해주기로 했다.



☕ 마음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책


책을 다 읽고 난 뒤, 커피를 내렸다.

창가에 앉아 커피 향을 맡는데, 마음이 고요했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주는 기분이었다.

'속 편한 심리학'은 그렇게,

지친 하루의 마음을 천천히 데워주는 책이다.


너무 뜨거우면 데이고, 너무 차가우면 얼어붙는 마음.

이 책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괜찮아, 지금 온도면 충분해라고 속삭여준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위로.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결국, 이 책은 내 마음의 심리학적 전기담요였다.

읽는 동안 따뜻하게 덮여 있다가, 책을 덮고 나면

그 온기가 오래 남는다.


그리고 생각했다.

마음의 평화란 결국 라면 같은 것이다.

뜨겁게 끓일 때는 조심해야 하지만,

적당히 식히면 딱 먹기 좋은 온도가 된다.

그 온도를 아는 게, 어쩌면 어른이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불안한 하루 끝, 마음이 자꾸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속 편한 심리학'이 조용히 온도를 맞춰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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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딘 책꿈 9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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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반짝이는 곰이 너무 귀여워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이 책이, 오히려 어른이 된 나를 향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처음엔 마법이 등장하는 설정 때문에 흔한 판타지일 거라 짐작했지만 그 마법은 주문이나 환상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마음과 기억,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지에 가까웠다. 작가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이야기의 바탕을 쌓아간다. 선물이라는 말이 반복될수록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관계의 표식이 되고 신뢰의 증거로 변한다. 어릴 적,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려다 머뭇거리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잠시 책을 덮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결국 건네는 행위로만 완성된다는 것을, 이 책은 마법보다 더 솔직하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간질거렸다.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껴안는 장면들. 그 순간마다 언어가 작아지고 대신 감정이 커진다. 특히 마법을 믿지 않아라는 말이 나올 때, 그 부정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믿음이 느껴졌다.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따뜻함이 존재한다는 사실. 어쩌면 그 자체가 가장 오래된 마법일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숲으로, 생명으로, 그리고 인간의 욕망으로 번져가면서 긴장감이 서서히 쌓인다. 하지만 끝내 '윌로딘'은 파괴가 아닌 회복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투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지만 결국은 서로의 손을 다시 잡는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고요해서, 마치 오래된 숲의 숨결을 듣는 듯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도, 여전히 그 가능성을 믿게 되는 이야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단순히 따뜻하거나 예쁜 동화로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 무너졌던 믿음과 오래된 두려움을 건드린다. 마법이란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자신을 회복시키는 용기라는 걸, 이 책은 아주 은근하게 가르쳐준다.


마지막 장에 적힌 문장,


“지구는 나이가 많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세상이 아무리 낡고 반복되어도, 우리의 마음만큼은 새로워질 수 있다는 믿음.


'윌로딘'은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믿음을 되찾게 하는 책이다. 그 안의 마법은 현실보다 조용하지만, 훨씬 더 진짜다. 책을 덮는 순간, 내 마음 속에서도 작은 불빛 하나가 켜졌다. 그것은 아마도, 여전히 누군가를 믿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시 세상을 사랑해보려는 의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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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묻는 아들에게 (20만부 기념 특별판)
한창욱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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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자꾸 이게 맞는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폰을 붙잡고 있으면 스크롤 속 남들은 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기분이 든다. 그런 어느 날, 눈에 띈 책 한 권. 제목부터 묘하게 울림이 있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묻는 아들에게'.


처음엔 뻔한 자기계발서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펼치자, 말투부터 다르다. 누가 시킨 듯 써 내려간 조언이 아니라 진짜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거창한 철학 대신 구체적인 말들.

“스마트폰에 주도권을 내주지 마라.”

이 문장에서 갑자기 뜨끔했다. 사실 나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과 함께 산다. 눈 뜨자마자 뉴스, 밥 먹으면서 유튜브, 자기 전까지 인스타.

책은 말한다.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것.

그 문장을 읽고 잠시 폰을 내려놨지만 10분도 못 버텼다. 그래도 내가 폰에 끌려다니고 있구나라는 자각만으로도 뭔가 되찾은 기분이었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습관을 길러라.”

이 챕터에서는 웃음이 났다. 회의 때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말을 듣는 나로서는 너무 뼈 때리는 문장이었다. 저자는 결론을 먼저 말하라고 말한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라면 끓이다가 스프부터 넣어서 냄비를 태운 사건. 결론(면)을 나중에 넣으니 인생(국물)이 눌어붙었다.

이 책은 그렇게, 단순한 문장 속에서도 삶의 리듬을 가르쳐준다.


“원대한 꿈을 꾸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라.”

이 문장은 전형적인 자기계발 문장 같지만 이상하게 진심이 느껴졌다.

한 걸음에 천 리를 갈 순 없지만,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한다.

요즘처럼 모두가 빠르게 결과만 보여주려 할 때, 이 문장은 다소 느리지만 확실한 위로다.


책의 문체는 참 따뜻하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마치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조용히 조언해주는 기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무뚝뚝한 말투에 감정 표현도 서툴렀지만 그 안엔 언제나 너 잘 되라는 진심이 있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잔소리가 아니라 사랑의 매뉴얼.


결국 이 책은 인생의 조리법서 같다.

불을 너무 세게 하면 넘치고, 순서를 틀리면 눌어붙는다.

조금씩 불을 줄이고, 재료를 제때 넣고, 타지 않게 저어가며 끓이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묻는 아들에게'는, 삶의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면은 끓기 전에 넣고, 인생은 식기 전에 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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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21 0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조리서란 표현이 멋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