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인간을 말하다
위쉐빈 지음, 이해원 옮김 / 뿌리깊은나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시도가 참신하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역발상이, 이런 부류의 책들에 대한 습관적 피로감에 젖어 자칫 간과해버리기 쉬운 의미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삼국지를 텍스트로 한 기존 저작들의 대부분은 불세출의 영웅들이 펼치는 대서사시에 대한 경탄이나 그들이 창업과 수성 과정에서 보여준 성공담을 오늘의 인간관계나 사회 생활에 적용시켜 처세술의 지침으로 삼고자하는 것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 하나를 두고 그렇고 그런 류의 우려먹기가 되풀이되어왔던 것이다. 하여 삼국지라는 말만 들어도 식상해지곤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예외도 있는 법, <삼국지 인간을 말하다>는 이러한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패턴에서 상당 부분 일탈해있다. 기존의 관련서들처럼 주요 인물들의 성공담을 부각시켜 오늘날 승리를 부르는 처세술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실패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뼈저린 교훈들을 곱씹고 있다. 영웅들의 전성기,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주목하지 않고 죽음 등 인생의 힘겨운 과정에 초점을 맞춰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패에 이르게 된 근인과 원인을 심도 있고 색다르게 분석하려는 듯 텍스트 자체보다는 행간의 숨은 의미에 더욱 천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이 분노나 자긍심 등 심리적 요인에 얽매어, 더러는 너무 빛나는 총명 등 인간적 자질이 오히려 독이 되어, 또 실기(失機) 등 판단 착오로 말미암아 갈등과 투쟁 과정, 책략을 펼치는 중에 스스로 싹 틔운 실패의 근원적인 씨앗을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유비 현덕에게까지도 사사로운 분노 때문에 자신의 죽음은 물론 촉나라의 멸망을 자초했다는 분석을 가해 주인공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관우가 동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분노하여 분별력을 잃어버리고 출병한 결과 대패를 하게 되고 이에 대한 후회의 마음이 병을 불러 결국은 체면과 목숨을 모두 잃게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말았음을 가차없이, 꼼꼼하게 그려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여 또 삼국지 타령이냐며 거부감부터 앞설 이들은 선입견 때문에 자칫하면 흙 속의 진주를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묻혀 있는 보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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