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슈퍼에 들러 마시멜로를 하나 사먹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맛난 것이기에 먹지 않고 15분을 버틴 아이들이 그리도 적단 말인가. 그 짧디짧은 한 순간이 길고도 가혹한 시간으로 느껴지게끔 만든 깊고도 강력한 맛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픈 욕구가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는 동안 불일 듯 일어났다. 문화권이 달라서인지 조나단이 참여했던 마시멜로 만족 유예 실험이 나에게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맛있다는 마시멜로를 어린 나이, 욕구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이 무려 15분간이나 참아내어 결국은 한 개를 더 받아먹게 되었고 그 때의 만족 유예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이 일생 동안 지속되어 결국은 여러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사실이 대견하기도 하였다. 10년 후 재소집된 아이들 가운데 유혹을 참고 견뎠던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렸던 아이들에 비해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며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먹고 싶은 유혹에 못 이겨 단번에 삼켜버리고만 마시멜로같은 대상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책인 것 같다.

신문의 도서 광고나 인터넷 서점 쇼핑몰 소개 코너에서 조금만 유려하고 장중한 안내문을 접하게 되면 단번에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강력한 자력에 빨려드는 듯 마음이 동하여 구입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그렇게 미끼를 보자말자 덥석 물어버렸다가 후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위험한 책>이라는 애서가에 관한 환타지물의 소갯글에 현혹되어 주저 없이 사버렸다가 읽고는 후회막급이었던 적도 있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또 한편의 그렇고 그런 처세술에 관한 서적이 결코 아니었다. 욕망과 자제심에 대한 비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잠언집이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마시멜로를 찾아낼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는 로드맵이었다.

현재의 만족보다 미래의 더 큰 기쁨을 위해 순간의 유혹을 참고 만족의 시점을 유예할 줄 아는 지혜, 곧 마시멜로를 덜컥 삼켜버리지 않고 끝내 견뎌내어 결국은 두 개를 먹게 되고 나아가 인생의 걸림돌들을 하나하나 제거하여 결국은 성공이라는 가장 값진 마시멜로를 얻을 수 있게 만든 인내심은 나의 책 구매 습관에도 바로 적용 가능한 유용한 삶의 지침이 될 것이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살피고 진득하게 기다린 다음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때 비로소 구매하여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며 또 그러한 선택은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고 오래도록 감동을 줄 책과 극적으로 조우하게 만들 것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통해 얻은 것 같은 이런 소중한 지혜를 주변의 지인에게서 늘 공급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번역가 정지영 님의 말대로 나도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새로운 길로 나아간 운전사 찰리 대신에 조나단의 기사로 지원하여 그의 멋진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절절한 얘기들을 매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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