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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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님, 당신은 결코 불온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를 좀먹는 불순분자가 단연코 아닙니다. 불온하다는 것은 공동체의 통합과 미래 지향적 발전을 저해하는 의식을 지녀 잠재적으로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고 결국은 사회 해체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아닙니다. 글과 논리에 또렷이 드러나 있는 당신의 정신 세계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아우르고 바람직한 앞날을 열어나가기 위한 우려와 애정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이는 조금이라도 깨인 눈으로 들여다본다면 누구든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니 스스로 불온하다, 해가 되는 존재다라고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당신을 불온한 존재로 여기는 일부 인사들의 내면에서 두 가지 결이 읽혀집니다. 그 하나는 당신이 일체의 잡스런 이해관계나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성을 오롯이 견지해나가는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핑계와 변명을 줄레줄레 들이대며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구구하게 변설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하여 사물과 현상의 본질과 실상이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몰고 갑니다. 당신의 논리의 결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환해지는 느낌, 정곡을 꿰뚫는 깨우침에 후련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러니 실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럴싸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는 논평자들, 타협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꽁꽁 동여매어 감쪽같이 위장하고 있던 자신들의 교묘하고 음험한 의도가 여지없이 폭로되어 독점적으로 향유하던 공리를 박탈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김규항 님은 자신들의 속내가 가감 없이 비쳐질 순일무잡의 거울인 것입니다. 하여 이제껏 누려오던 상징 독점에 대한 중대한 도전자요 눈엣가시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불온하게 여겨 이단으로 배척할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당신이 급진 좌파 성향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 안정에 위해가 된다고 보는 시선입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우경화 되어있다는 반증입니다. 극우로 치우쳐 있으니 중도나 온건 좌파의 상식적 논리도 위험한 좌경분자의 그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자신은 중도라는 허위의식에 얽매어 제대로 된 좌표 인식을 시도하지 않기에 이념적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성찰도 불가능한 것입니다. 하여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왼쪽에 있는 자는 무조건 불온하다고 몰아붙이게 됩니다. 극우 전체주의의 집단 논리에 매몰되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그에 따라 지니게 되는 다양한 성향에 대해 원천적으로 백안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 수준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추종하지 않는 자들은 극단적인 배제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다름과 차이에 대한 관용의 여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김규항 님과 같이 기존 질서에 맹목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전복적인 논리를 펴는 독특한 컬러를 지닌 이는 축출의 손길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김규항 님에게 붙은 불온하다는 표식은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진단이 아니고 이해관계나 관념적 허구에 얽매인 이들의 작위적 이미지 조작임이 분명해집니다. 그렇다면 불온하다고 낙인찍은 이들의 실체를 또렷하게 부각시켜 진면목을 만인이 알 수 있도록 부단히 옳고 그름을 공론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옥석구별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논리로 알고 있으며 조금의 이념 차이에 대해서도 극단적 배제가 몸에 배인 이들입니다.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저급성과 허구성을 만천하에 알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오히려 공동체를 해치는 불순분자요 시대 착오적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불온한 자들임이 빤히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런 행태를 보이지나 않았는지 냉철한 자기 점검도 있어야 하겠지요.

많은 이들이 구사하는 논리가 상당 부분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에 다름 아님을, 우리 사회가 관용의 미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것임을 또렷하게 일깨워 준 김규항 님, 당신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분열과 대립을 딛고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다양하게 마련할 수 있으며 바람직한 미래를 구성하기 위한 창조적 상상력도 더불어 얻게 됩니다. 그러니 당신은 결코 불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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