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문장들 -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읽는, 2500년 동양 사상의 정수들
사토 잇사이 지음, 노만수 엮고 옮김 / 알렙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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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넘치되 지혜의 원천이 메마른 시대상을 반영하듯 삶의 근본 원리를 결곡한 몇 마디로 함축한 잠언서 출간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부류, 수신서 내지는 처세술 관련 서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최근에 처음 나온 게 아니고 일본 지성계에서 몇 백년 동안 읽어오던 것이어서 약간 특이하다 하겠다. 유학자 사토 잇사이가 쓴 글인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잇사이는 잠언을 마음에 놓는 침이라고 보았다.

 

훌륭한 말은 마음의 침이다.

잠언이라는 것은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찌르는 침과 같다. 마음에 사념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잠언의 침을 찌르는 것이 좋다. 사념이 점차로 심해지면 침으로 찔러도 효과는 적을 것이다. 나는 침을 좋아해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을 때에는 조속히 가슴 아래에 수십 개의 침을 놓는다. 병이 들기 전에 낫고 만다. 이것으로 잠언이라는 침의 효능을 알 수 있다. (16쪽)

 

잡스런 생각으로 마음이 출렁거리고 그것에 휘둘릴 때면 지혜로운 잠언으로 침을 맞고 지침을 얻어 사념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그는 사념이 깊어지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권한다. 물론 주사 약물은 고전이다.

 

이 책에는 짧고 함축적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담은 주사약이 233개나 들어 있다. 그것들은 주로 동양 고전을 텍스트로 삼아 잇사이의 견해를 곁들인 것인데 단순히 인용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로 완전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때론 단호하고 격렬하게 발언하고 있다. 이를테면 뚜렷한 뜻을 세울 때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말라고 권한다. 과거지향적이고 권위에 얽메어 있기 십상인 스승에게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신의 뜻을 세우고 세상을 향해 펼쳐나가라고 말이다. 짧지만 울림이 깊달까. 하여 세상 탓에 소신이 흔들리고 있는 이는 이 잠언에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뜻대로 나가라고 말이다.

 

마음의 침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은 여전히 의미 있는 지침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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