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뒤죽박죽 경제상식 경제공부는 경제저축이다 4
최진기 지음, 신동민 그림 / 스마트북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최진기는 정통 경제학자가 아니다. 이력을 보니 사회학 전공으로 증권사 근무 경력이 있을뿐 체계적으로 경제학을 이수한 건 아니다. 그래도 이론과 실무를 아우른 경제 실력 하나 만큼은 교수님들 뺨치는 수준이라는 게 주지의 사실인데 지나치게 겸손해서인지 이 책 이름을 뒤죽박죽 경제상식으로 잡았다. 기품과 권위를 따지는 교수님들이라면 붙이지 않을 제목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언컨데 뒤죽박죽 앞뒤 맥락 없이 뜬구름 잡듯 씌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경제학 서적, 정통이든 요즘 유행하는 소프트류까지 포함해서든, 보다 더 논리가 일관되게 꿰어지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우선 서론이랄까, 입문 부분부터 인상적이다. "경제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권고는 역설적으로 경제 공부가 꼭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경제 공부를 위한 나름의 로드맵을 제시하며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무궁무진 열려있음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벌써 그의 아우라에 휩쓸려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생도 다 아는 경제상식 이라는 표현도 실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현실을 반어적으로 말한 게 아닐까? 누구나 다 알아야 하는 데 당신은 왜 여태...라고 들린다. 그렇게 워엄업을 한 다음 각론으로 들어가 금리, 채권, 통화, 경기정책, 환율, 세계경제 및 주식시장에 대해 톺아본다. 경제 전반을 두루 다루고 있는데 아쉽게도 재정 부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까? 그의 주전공이 금융 분야여서 일테다. 그러니 이 책은 결코 뒤죽박죽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 엄밀한 체계로 구축된 스코프와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으니.

이 책은 쉽게 잘 읽히며 재미도 있는데 이 또한 뒤죽박죽 혼란스럽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세부 제목인 통화가 부풀어, 앗 뜨거라 하이퍼인플레이션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상큼하게 통통 튀고 있다. 학자의 젠 체 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고 실감나게 경제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똥의 그림도 이해도를 높이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또 하나 얘기하고 싶은 게 이 책이 실용서이기만 한가 하는 점이다. 책 표지에 보면 재테크도, 시사도, 취업시험도 이 책으로 준비하면 안 될 게 없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래서 수험생을 위한 실용서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경제학의 체계를 잡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에게 안성맞춤일 듯하다. 이론적 깊이도 만만찮은 것이다. 단순히 실무 상식과 현실 대처 요령만 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의 배경이 되는 이론적 토대와 학문적 원리를 제시한 다음 현실 문제를 곁들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정선된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수험생만을 대상으로 한 실용서로 폄훼할 게 아니라 이론적 토대도 탄탄하게 갖춘 기본서라 하겠다. 난해하여 일반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경제학을 쉽고 재미 있게 정리하고 있다. 이론의 구조를 명료하게 파악하고픈 이들과 더불어 경제 원리를 실생활에도 적용하고픈 이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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