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국회의원이 된 후 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시에 딴지 거려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정치적 함의보다 시 자체의 아름다움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계속 실릴 수 있게 되었지만 씁쓸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한편으론 도종환 시인의 시가 교과서에 게재될 정도로 시적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 책은 교과서에 실린 시들을 비롯하여 도종환 시인의 대표작을 총망라하고 있다. 시인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기념비적인 시선집이어서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하겠다. 시에 어울리는 그림도 곁들였는데 송필용 화백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도종환 시인의 내면과 시가 지니고 있는 심상을 잘 살리고 있다. 여러 편을 두루 읽다 보니 하나 같이 빼어난 작품들이어서 몇 편만 가려서 추천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해인으로 가는 길]에 실렸던 시 몇 편에 더 각별하게 눈길이 간다고나 할까. 산경, 산벚나무 같은 작품들 말이다. 시인의 바뀐 세계관이 담겨있고 인생을 관조하는 원숙미도 배어 있어 그윽하게 읽을 수 있다. 또 노래가 된 시들도 흥얼거리며 읽어보았다. 흔들리며 피는 꽃 외에도 꽃씨를 거두며 등 그의 시에는 이미 아름다운 선율과 가락이 어려 있는 듯하다. 누구든 아름답고 깊은 시와 눈 시린 그림을 읽고 보면 흔들리던 마음결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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