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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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편이라기 보단 엽편, 혹은 손바닥 소설(장편)이라는 것이 맞겠다. 서너 쪽밖에 안 되는 분량에 완결된 얘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짧은 소설에 온갖 삶의 조각들이 담겨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신경숙 작가답지 않게(?)유머러스한 얘기가 많다는 점이다. 스님이 목사님 뺨때린 얘기부터, 스님과 여자분의 염불 대결 등 배꼽을 잡게 만드는 얘기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그 얘기들의 구조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콩트라는 게 원래 유머, 기지, 풍자 들어 있으며 반전을 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르이긴 하지만 신경숙의 얘기들은 특히나 짧은 문장 속에 모든 상황과 관념과 정서를 오롯이 녹여내고 있어 자연스레 이야기에 몰입하다 어느 순간 빵 터뜨리게 되는 게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그런데 이 책엔 가볍게 웃고 즐기는 얘기들만 있는 게 아니다. 삶의 의미와 생의 질곡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배치하여 자신의 삶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대입에 실패하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조카에게 들려 준 반 고흐에 대한 얘기랄지, 고양이 남자나 모과나무 지키기 등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무한 애정과 동물권 존중, 생태를 위해 자신의 재산권을 포기하는 결단 등 메시지가 있는 작품들도 각별하게 다가온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 잔잔히 발언하는 가운데 신경숙의 지향이, 세상에 대한 경고가 또렷이 읽힌다. 여러 대목 재밌는 얘기에 낄낄 대다가 어느새 자못 심각해진 나를 발견한다. 요즘 말로 들었다 놨다 하는 나쁜 작가...

 

그래서 신경숙의 이 짧은 글들은 부분적인 가치만 지닌 미완의 작품이 아니다. 하나 하나 완결된 이야기이다. 읽는 재미를 맛보게 하다 어느 순간 삶의 비의를 느끼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결코 만만하게 볼 작품이 아니다. 팁 하나 말하자면 글쓰기를 준비하는 이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며 어떤 장치로 집중력을 유지시키는지, 또 메시지는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는지 등등 글쓰기의 모범 답안이 들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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