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루스 노부스 - 탈근대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미학사 진중권 미학 에세이 2
진중권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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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플라톤의 에로스로부터 발터 베냐민의 앙겔루스 노부스에 이르기까지 미학사의 큰 흐름을 몇 개의 토픽에 실어 개관하고 있다. 그런데 맥락이 하나의 결로 쭉 이어진다. 진중권의 확고한 기획이 글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학의 관점과 유용성을 탈근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의 인식론적 미학이 지식 중심에 그쳤다면 탈근대의 미학은 존재미학, 즉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미학이어야 한다고 진중권은 힘주어 발언한다. 탈근대의 미학은 예술과 삶의 혼연일체, 불가분적 원융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파울 클레의 신천사, 앙겔루스 노부스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발터 베냐민도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존재미학, 철학과 섹스가 하나가 되어 미를 향해 상승하는 영적, 육체적 생식의 시대. 삶이 예술이 되고, 모든 인간이 예술가가 되는 시대. 그리하여 예술가가 되려고 예술가가 될 필요가 없는 시대. 인간이 창조자가 되어 자기 앞의 생을 예술작품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시대. 우리의 ‘포스트모던’은 왜 그런 시대를 열지 못하는 걸까?(42쪽)

독립된 토픽별로 이어가는 얘기들이 결국은 하나의 논점으로 수렴하는 논리전개가 돋보이는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읽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중권이 선별하여 중간 중간 배치한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여간 즐겁지 않다. 가장 압권인 것은 각 장별 마무리 멘트라 하겠다. 이를테면 회화를 모방(이미타티오)이 아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미메시스로 보자는 제안을 담고 있는 대목은 우리의 상상을 한 차원 상승시키는 자극제라 하겠다.

지금은 꿈으로만 존재하는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 양자의 형등한 소통.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 가상이 언젠가는 현실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예술, 미메시스, 피그말리온의 꿈, 우리 시대의 마지막 구원(67쪽)

마지막 장 앙겔루스 노부스를 마치며 진중권은 우리의 암담한 현실을 나치 치하에서 불가항력적 상황에 버둥대던 베냐민의 그것으로 오버랩시킨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날갯짓을 해야 하는 천사의 처지를 설명하며 우리의 분발을 환기하고 있다.

앙겔루스 노부스, 저 한 장의 그림은 내게 단지 미적으로 지각해야 할 인식론적 ‘대상’이 아니다. 나와 존재론적 닮기의 놀이를 하기 원하며 그 슬픈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체, 무력하게 머리만 자란 또 하나의 멜랑콜리커다. (261쪽)

다소 감정과잉이랄 정도로 미학과 삶을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데 어쩜 그래서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냉랭하게 박제된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실천 지침으로서 미학을 보여주고 있으니 덩달아 뜨거워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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