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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 꽃보다 시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고민정 글.사진 / 마음의숲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눈물조차 메말라버린 드라이한 이 시대, 다들 시크하고 도도하게 제 잇속을 챙기는 이 때 돌연 우리의 속물 근성이 빤히 드러나버린 사건이 벌어졌지요. 고민정 아나의 얘기, 그 절절한 순애보를 듣고 말입니다. 때묻지 않은 순결한 영혼을 접하게 되니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눈물샘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고요. 정말 그동안 뭣에 홀린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세상 명예와 이익에 휘둘렸던 우리의 뒤틀린 내면을 실감나게 깨우친 것입니다.
고민정 님의 글에 비친 두 부부의 모습은 정말 천생연분이랄 밖에요. 이런 프로포즈 시를 바친 시인이었니, 시 한 대목 대목 마다 오롯이 담긴 진정성은 잡스런 생각들이 틈입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답니다.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중략)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 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벗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에게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이하 생략)
그렇습니다. 정말 시인의 예언처럼 눈물이 고민정 아나에겐 별빛이 되고, 또 고민정 아나의 눈물이 우리들 속물들에겐 다시 별빛으로 다가오고 있지요. 그 앞엔 어떤 악플도 사악한 추측도, 음모론도 감히 자리하지 못하고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느낀 것 중 하나, 꼭 하고 짚고 싶은 것이 고민정 아나의 문장력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간결하고도 의미 심장하게 엮어서 시인과 아나의 인생 역정과 내면의 흐름을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문의 어린 왕자 얘기, 존경의 마음이 생겨난 얘기 같은 대목은 어찌나 감동적이던지요. 절절한 내용을 빼어난 문장으로 그려내어 감동이 배가되었다 할까요. 시인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고민정 아나의 글에도 시적인 운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여 그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과시하여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도서 판매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 차원의 그렇고 그런 유의 에세이가 아니라 단언컨대 문학성 측면에서도 한 편의 완결된 글로 손색이 없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