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속사정 - 알고 보면 지금과 비슷한
권우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블로그에 연재했던 꼭지들을 묶은 짧은 조선사 에세이물이다.

사회, 경제, 국방 및 정치 네 분야로 나눠 조선시대의 이면을 소프트 터치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지닌 미덕은 흥미로운 가십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기생의 가마 단속, 과부의 재가 문제, 추노에서 대길이 입었던 종이 갑옷, 소설 '은애전'을 낳은 뒷담화 무고자 살인사건 등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빼곡하여 술술 잘 읽힌다.

또 하나 인정해주고 싶은 것은 단순히 조선사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만 늘어놓은 게 아니라 그 시대에 관한 작가의 견해가 부각되고 있어 의미 있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왕위 계승이 능력보다는 정통성 위주, 곧 적장자 세습으로 이뤄졌다면 신권의 트집잡기, 사익추구를 위한 무례한 훼방 같은 것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겠나 짐작해보는 것이나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요즘보다 오히려 조선시대가 더 개방적으로 언로가 틔어 있었다고 지적하는 것 등 말이다. 특히 인터넷 댓글을 가지고 국익을 해치고 법치를 무력화시켰다고 단죄하려는 작금의 위정자들의 행태를 비판한 대목은 속이 후련해질 정도였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런 것은, 블로그 글과 책으로 펴낸 글은 독자의 기대수준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종이책을 읽는 독자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층을 타겟으로 삼아 책을 출간할 것인지 좀더 면밀하게 따져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역사서를 읽는 독자는 어느 정도는 배경지식과 사관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이들을 대상으로 가십 위주의 책을 펴낸다면 성에 차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하겠다. 그러니 이게 어린이용인지, 청소년용 소프트물인지 아님 지적인 역사서 매니아들을 위한 것인지 확실히 분별하여 소재와 깊이를 재구성했더라면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웹 상 게시글과 공식적인 출간물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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