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당위로서의 동철, 그러나...

 

한계에 직면한 서구 문명, 그 정신적 연원인 서양철학을 대체할 사상적 대안으로 자연스레 동철의 부상을 다들 얘기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 전지구를 지배해 온 서양철학은 분석을 위주로 하는 합리론에 기반하고 있는데 탈근대성을 보이는 요즘 이런 사고틀로는 접근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허다해지자 동철의 화해와 관계론이 새삼 주목 받고 있는 것입니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근대성에 대한 반성이자 인류의 지향을 재설정하기 위한 성찰의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철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데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로는 동철의 심오한 진리를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대적 당위로서의 동철의 대두와 그에 대한 학습의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대중 저변에 뿌리내리기 가 여간 녹록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학자들만 울림 없는 공리공론에 매달려 있기 십상이라 하겠습니다.

 

톡톡 튀는 얘기 속에 슬몃 녹여낸 동철

 

우리 뇌리엔 이처럼 동철에 대한 무의식적 거리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철 연구자들은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오려 할 것이라 지레짐작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 책 [인문학 명강]을 살펴보다 내가 짧아도 너무 짧았구나 하는 것을 아프게 자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예단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으니까요. "논어"에서부터 "열하일기"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생동감 있게 톡톡 튀며 젊은이의 감수성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의미 따로 재미 따로 겉도는 게 아니라 적절히 어우러져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흡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고도 재미 있게 동철의 세계, 그 무궁무진한 파노라마를 펼쳐보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림을 곁들여 그리스 로마 신화와 동양의 그것을 비교한 "산해경" 편은 압권이라 하겠습니다. 동철이 이렇게 우리와 가깝고 흥미진진할 수 있구나, 학자들도 결코 노쇠한 이들처럼 활기 없이 고담준론만 늘어놓고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철 강의 프로그램을 주관한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처음 기획할 때 부터 염두에 두고 추진한 컨셉이었습니다.

 

동양고전을 커피의 맛에 빗대다니...

 

얼마나 쉽고 재미 있게 얘기를 이끌고 있는가는 "논어"편에서 필자가 낸 퀴즈를 보면 실감이 날겁니다. 슬쩍 각색해서 문제 한번 내 볼게요. 정답은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기를... (보기 나갑니다. 에스프레소, 아이리스 커피, 카페라떼, 카페 모카, 아이스 커피, 캐러맬 마키아토, 카푸치노, 이상입니다.) 문제 1번. 사서삼경 중에서 인간의 성공과 실패, 가혹한 운명 처럼 쓰고 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이 "역경"인데 이를 커피 맛에 비유하자면 어떤 맛일까요?? 정답은 예, 모든 커피의 원조가 되는 쓴맛 강한 에스프레소입니다. 필자는 사서삼경의 다른 책들을 각각 어떤 커피 맛에 비유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49쪽에 나오는 퀴즈도 재미있습니다. 순자와 주희 장지동,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정답은...학문을 권하는 권학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입니다.

 

동철을 읽으면...

 

필자들은 동철이 옛 성현과 그들의 고사를 회고하고 단순히 인문 교양을 함양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기능도 수행한다고 한결 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가속 없이 축 처져있는 인생의 무료함을 덜고 감속 없이 무한정 내달리는 인생의 위험함을 해소하여 균형잡힌 의식을 지니게 하는 관념적인 측면의 순기능은 물론이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필요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 라인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스토리 텔링과 글쓰기가 강조되고 있는 이 시대에 동철에 기반을 둔 지적, 감성적 배경을 지닌다면 여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문학 명강]은 이런 값진 깨달음을 얻게 한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