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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작은 집 창가에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
유타 바우어 글.그림, 유혜자 옮김 / 북극곰 / 2012년 12월
평점 :
기막힌 반전이다.
숲 속 작은 집 창가에서 문 두드리다 구원받는 것은 작은 원래 토끼뿐인데,
토끼를 쫓던 사냥꾼이 사냥개와 함께 무릎을 꿇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이런 반전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곰곰 따져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사냥에 실패하고 눈밭을 헤매다 허기에 지쳐 쓰러질 지경에 처한다면 사냥꾼은 더 이상 기세등등하게 여린 동물들을 쫓는 강자가 아닌 것이다. 이런 일은 능히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사냥꾼은 문을 두드리며 배가 고파요, 배가 고파요 하며 애원하고 있다. 거기에 어떤 살육의 위험이나 공포 같은 게 느껴지겠는가. 그도 나약한 존재, 보호가 필요한 약자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약자다.
여린 구석을 지니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도 위악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도 극한 상황에 처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게 된다. 그런데 이를 평소에는 잘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권세가 영원할 줄 착각한다. 그리고 약자들도 그런 권력관계가 이어질 것이라 지레짐작하여 숙명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이런 우리의 고정관념을 이 책은 무참하리만치 깨뜨린다.
그리고 약자임을 깨닫는 순간 이웃과 연결되며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토끼와 여우와 사냥꾼이 한 상에 둘러 앉아 맛나게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의 무의식에 선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행악을 부리는 아이도 어쩌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