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쉽다! 3 : 모두 우리나라야! - 거꾸로 읽는 한국사 이야기 사회는 쉽다! 3
이흔 지음, 김준영 그림 / 비룡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는 쉽다] 시리즈 3권은 한국사 편이다.

 

흔히들 역사라 하면 기전체로 서술되어 있는 통사부터 떠올린다. 기성세대들은 거의 그런 스테레오타입에 젖어 있어 역사 얘기는 의레 왕조순으로 각 시대별 정치체제와 국왕의 행적 중심으로 엮여 있을 거라 지레짐작한다. 그러니 역사는 시대순으로 무조건 외워야만 하는 꽉 막힌 과목으로 치부할 밖에.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사에 관심을 보이면 뇌구조가 이상한(?) 애 취급받기 십상이다. 일반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아이와 주변 친구들을 보면 한결 같이 거부 반응 일색이니 말이다.

 

[사회는 쉽다]는 이런 고정관념과 거리감을 깨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시퀀스를 역순으로 배열한 게 인상적이다. 시대 흐름을 거슬러 현재에서 과거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왕조 중심의 정치사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각 시대별 사회상과 의식의 경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시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대목은 아이들의 눈길을 흡인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역사를 보는 관점도 국수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비교적 중립적,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마음이 놓였다.

 

시대 배열을 역순으로 가져간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아이들의 지적, 정서적 단계에서 비춰볼 때 아무 연관도 없는 먼 과거의 이야기부터 늘어놓는다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의미 없는 관념으로만 여기게 된다. 하여 거리감을 느낄 밖에. 이 책은 현재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오늘의 상황을 낳은 직전 역사를 인과관계에 입각하여 보여주고 그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그러니 역사가 공허한 게 아니라 오늘날의 상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라는 감각을 절로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아버지-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로 이어지는 가문의 계통과 대비,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어 머리에 쏙 들어오게 이끈다.

 

미시사에 주목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는 각 시대별 사회상을 대표하고 있는 특정 항목에 핀 포인트를 맞춰 정밀하게 살핀 다음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시대상을 짐작하게 만드는 확대 투사법을 쓰고 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를 설명하는 삽화나 고려시대의 고려자기와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방법을 단계별로 정밀하게 소개하는 대목, 또 손변의 재판을 통해 고려시대의 가족관계와 상속제도를 파악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어쩜 지엽적으로 보이는 이런 사실을 통해 조선시대의 사회경제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인도하고, 고려자기의 판매과정에서 아라비아 상인들이 고려를 코리아라 부르게 된 배경을 알 수 있게 하며, 현명한 재판관을 통해 남녀평등의 사회적 질서와 부모 자식 간 의식의 교류에 대해 이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실제 역사 수업에 바로 도입해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참여하여 역사적 자료를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과 사회의 전반적인 성격을 파악하게 만드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방법론에 대해 깨우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관점이 국수주의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국시대 백제와 일본의 문물교류를 소개하며 우리도 중국의 것을 받아들였으니 너무 으쓱해 할 것까지는 없다고 얘기한다거나, 책의 결론 부분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우리 조상들이 훌륭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선조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서 오늘 우리가 있게된 배경을 이해하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나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대목 등은 정말 바람직한 역사 인식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하여 이번 3권은 한국사의 흐름을 시대 역순으로 거꾸로 읽어가며, 분류사 특히 미시사 중심으로 시대별 사회상을 도출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균형 잡힌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도록 이끌고 있어 역사책이 갖춰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하겠다. 역사를 무미건조하게 여겨 외면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손변의 재판 사례를 보여주면 어떨까? 아마 역사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거꾸로 읽는 한국사 이야기'는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시도를 한 새로운 방식의 역사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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