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쉽다! 2 : 처음 세상이 생겨났을 때 - 건국 신화에 숨은 우리 역사와 문화 사회는 쉽다! 2
유다정 지음, 민은정 그림 / 비룡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는 쉽다 시리즈 두 번째 편인 [처음 세상이 생겨났을 때]는 사회에 대해 진입장벽을 느끼는 아이들을 배려한 장치를 군데군데 깔아두어 쉬 접근하여 재미있게 의미 있는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특히나 지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고 상상력과 바람직한 가치관까지 더불어 얻을 수 있도록 하여 금상첨화라 하겠다.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많은 미덕들 가운데 몇 가지를 꼽자면,

 

1. 삽화, 눈길을 확 끌면서 내용을 적절하게 함축하고 있는 예술성 있는 그림들

 

이 책에서는 창세신화와 건국신화들을 사회적 상황과 결부시켜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실제 경험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대목이 많을 밖에. 이것들은 대개 현실과 유리된 것이어서 관념적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사회는 쉽다 2]는 이를 감안하여 만화나 삽화 같은 시각적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각 장별 도입부에 만화로 전체의 맥락을 잡은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이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과적인 내용 전달은 물론 예술성까지 지니고 있다. 특히 창세신화를 다루고 있는 "하늘이 솟고 땅이 열린 날" 편의 만화 첫 부분에 나오는 '하늘과 땅을 떼어 낸 미륵님'을 그린 대목은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천지창조를 나타낸 그림에는 혼돈의 카오스를 상징하듯 검고 붉으면서 무질서한 흐름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인간의 존재가 떨어져나오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여 창세 때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가계도를 나타낸 그림도 적절하게 배치하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이끈다. 주몽과 본부인 사이 자식인 유리와, 소서노에게서 난 비류, 온조를 그림으로 나타내어 고구려와 백제가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상황을 잘 정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만화나 삽화 그림들 하나하나가 완성도 있는 미술작품이라 해도 무방할만큼 정선되어 있어 보는 재미와 즐거움을 쏠쏠하게 맛보게 한다.

 

2. 다양한 방식의 형성평가 문제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은 대체로 고저장단의 기복이 없는 편이어서 지루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주제별로 매듭을 짓고 상황을 정리한 다음 뜸을 들여 다음 주제로 전개하는 것이 탄력성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각 장별로 마지막 부분에 형성평가를 두어 지적 호기심을 고조시키며 읽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특기할 것은 형성평가의 방식이 매번 달라서 이색적이라는 점이다. 그냥 주관식으로 적는 경우도 있고, 어떨 땐 초성을 주고 답을 유추하게 하기도 하며 관련 있는 부분 선으로 잇게 하거나 가로 세로 퍼즐식으로 힌트를 주기도 한다. 여러 유형의 문제를 풀며 답을 맞히는 재미가 여간 신선한 게 아니다. 정답이 문제와 같은 쪽에 바로 나와 있어 약간 싱겁긴 하지만.(물론 거꾸로 씌어 있다.)

 

3. 도전적인 질문들

 

이 책은 누구든 목차를 한번만 훑어보고 나면 읽고 싶은 마음이 뭉클뭉클 솟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가야 건국신화를 다룬 장에 나오는 '왜 하필 거북노래를 불렀을까?' 나 '알이 여섯 개, 뭐가 이리 많아?' 같은 소제목들처럼 발산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이건 뭐람? 하며 궁금해서 빨리 읽고싶어지게 만든다.

 

4. 신화의 의미를 밝히는 친절한 설명

 

가야 건국신화에 나오는 구지가를 풀이한 대목은 이렇다. 거북머리는 나라의 우두머리인 왕을 뜻하고, 노래는 빨리 그런 왕을 세우지 않으면 화풀이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가야인들이 얼마나 왕 같은 강력한 통치자가 나타나길 바랐는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김수로왕의 시신이 하늘에서 다섯 도막으로 나뉘어 떨어졌다는 것은 씨앗을 흩뿌리는 영농법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이렇게 상징적인 신화 속에 담긴 실제적인 의미를 잘 풀이하여 그 시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비밀통로, 신화

 

신화는 단순한 얘기거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나타내고 있는 공동체의 정신적 구심점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를 여러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우리다움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겠다는 의식이 자연스레 형성되도록 이끌기도 한다.

 

하여 이 책은 아이들을 배려하는 여러 장치를 통해 신화를 보고 읽는 재미와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의미까지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 하겠다. 그 시대의 역사적, 자연적 상황과 결부시켜 말이다. 사회를 싫어하고 진입장벽을 강하게 느끼는, 혹은 사회에 관심이 있어 더욱 깊게 파고드려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부모들에게 매우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