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23
이완배 지음, 풀무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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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타 공인 경제 성장 모범국가이다. 단기간 압축 성장을 이룩하여 세계 유수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IT분야에서는 트랜드를 선도하며 세계 표준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리딩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형, 실물 경제의 양적인 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졸부, 악덕 재벌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지니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주류로 행세하고, 소시민들도 건전한 경제활동을 통한 부의 축적과 합리적 소비생활을 실천하는 대신 한탕 심리에 젖어 일확천금의 꿈으로 온통 들떠 있는 지경이니 말이다. 이러니 기초가 부실한 사상누각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 있기도 하다. 실제로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다른 나라들 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어 거의 붕괴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기초가 튼실하지 못한 구조일까? 원인을 짚어보자면 여러 측면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학문적 배경의 빈곤 내지는 부재도 한 몫 하고 있다 하겠다. 다들 증권이다, 부동산이다 하며 경제에 관심은 많지만 정작 경제 활동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경제학의 이론 체계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리도 모르고 방향 감각도 없이 무조건 내달리는 형국이랄밖에. 한마디로 경제는 과잉 상태인데 경제학은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경제학의 빈곤은 또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우선 학문 자체가 난해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심오한 체계를 지닌 학문이라 하더라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내용과 방법을 설계하여 가르친다면 대중들의 지적 수준에서도 능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어쩌면 심오한 세계를 이해했다는 지적 효용감을 듬뿍 맛보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경제학의 빈곤이 외면한 대중들 탓이라기 보다는 학계의 대응 능력 부족이 더 근원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경제학의 집중 교육 대상은 누구여야 할까? 어떤 이들을 가르쳐야 이런 기초 부실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당연히 청소년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미 사고방식이 고착화된 성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얻으려 할 뿐 지식의 구조에 대한 접근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교육의 효과, 습득 및 흡인력 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어 있는 상태이므로 실용적인 필요를 떠나 지식의 구조를 빨아들일 수 있는 타블라 라사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그러니 비록 경제학이 어렵다 하더라도 잘만 가르치면 큰 반감없이 학문의 세계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자라 실제 경제활동에 임하고 주류로 부상하게 될 때 기초부실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학문적 배경이 밑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 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는 그에 대한 고민이자 응답이라 하겠다. 경제학 지식의 구조를 담되 청소년 단계의 지적 정서적 역량을 감안하여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호흡과 방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니 경제학을 외면하고 있는 세상 풍조에 대해, 경제학을 기피하게 만든 교수방법론에 대해 딴지를 걸고 있다 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선 시선을 확 끌 수 있게끔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진다. "이 세상에 라면이 신라면밖에 없다면?" 이런 제목을 본다면 솔깃하지 않겠는가? 궁금증을 유발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음 독과점이라는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퀀스를 엮어나간다. 그러면서 경제학 입문 단계에서부터 국제경제이론까지를 두루 톺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결 같이 청소년을 배려한 장치들을 깔아두고 있다. 매 단락 첫 부분에는 친근한 만화를 보여준 다음 드라마 등 생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다 제대로 된 이론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는 '이것만 알면 나도 경제박사'코너를 두어 본격적으로 용어와 이론을 정리한다. 또 '아하 경제 뒷 이야기'라 하여 이를테면 가십 거리 같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하고도 있는데 다분히 호기심 자극용이라 하겠다. 군데 군데 배꼽 잡는 얘기를 펼치다 더러는 눈물 찔끔 나올 정도로 찡한 의미 있는 얘기도 곁들인다. 이러니 주의 산만의 극치, 집중력 제로만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그러면서 의미 있게 일독할 수 있을 듯하다.

 

하여 [경제 교과서, 세상에 딴지 걸다]는 기초 부실로 딜레머에 처한 한국 경제에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있다 하겠다. 폭증이랄 정도로 다들 흠뻑 빠져있는 현실, 실물 경제를 도무지 못 쫓아가고 있는,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 이론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효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방법론들을 동원하여 경제학의 기초를 심어주려 하고 있다. 바라기는 이런 시도가 대안으로 그치지 않고 주류 방법론으로 채택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엔 딱딱한 교과서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 보다 정말 이런 방식을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익혀야 할 것이라면 흥미를 유발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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