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킨스의 최후 2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물 같지 않은 추리물이라 하고 보니 약간 애매한 듯하다. 이건 [디킨스의 최후]가 수준 미달의 형편없는 추리물이라는 말이 아니다. 추리물의 전형을 갖추고 있으면서 정통 소설의 미덕까지 겸비하고 있어 탐정 류의 단순 미스터리 물로 치부하기엔 소설의 품격을 폄훼하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다.

 

1. 추리적 장치, 곳곳에 깔아두고 있는 복선

 

1권만 읽은 독자는 글의 전체 윤곽을 도무지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얘긴 왜 했을까? 하고 의아하게 여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니. 이를테면 오스굿이 간절히 알고자 하는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결말과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디킨스의 미국 낭독 여행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에피소드, 문단 인사와의 교유기 등이 날짜별 시간대별로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다 뜬금없이 인도 경찰의 마약 사범 체포 관련 얘기가 시시콜콜 소개되고도 있다. 2권에 접어들어서야 이런 상관없어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실은 결말을 암시하며 깔아둔 복선이라는 것을 알아채곤 무릎을 치게 된다. 추리물의 ABC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2. 숨 가뿐 스토리 전개

 

추리물이 미덕 가운데 하나가 빠른 스토리 전개, 그것도 스캐일이 크면서 디테일한 측면까지 감안한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일 것이다. 소설의 결말을 파악하기 위해 덤벼든 여러 이해 당사자들 간의 쫓고 쫓기는 지략과 담력 및 육체적 대결이 곳곳에서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1권 서두에서부터 성실한 대니얼이 팔에 무수히 찔린 주사바늘 자국을 보이며 마약 투약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랄지, 낭독회마다 따라다니며 베개를 훔치는 등 스토커 행각으로 물의를 일으킨 루이자 파 바턴 관련 얘기, 여인숙 주인 윌리엄 드루드와 아들 에드워드 드루드의 불화와 그에 따른 살인 사건 해프닝, 인도 경찰의 추격 신, 마약 소굴에서의 투약 체험 등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폭포수 같이 쏟아진다. 너무 생생한 이야기들이어서 영상문학이라 해도 될 듯하다.

 

3. 정통 소설의 미덕

 

추리물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디킨스의 최후]는 추리물 이상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문학에 관심이 있고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은 누구나 소재가 참신하다는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을 것이다. 소설의 결말을 예측해나가는 이야기이니 흥미진진했을 밖에. 언뜻언뜻 소설의 몇 대목만 제시하고 어떤 식의 마무리가 될지 짐작해보는 것은 독자의, 잠재적 작가의 흥미와 상상력을 자극할 밖에. 등장인물들도 눈길을 끈다. 에드거 앨런 포, 롱펠로, 로웰, 홈스, 랠프 왈도 에머슨 등 내로라하는 미국 근대문학 작가들이 등장하여 주인공 디킨스와 교유하며 스토리 전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작품 세계의 일단도 소개되고 있어 더욱 관심이 고조되었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와 추리 소설 작성 기법을 두고 벌인 토론은 [에드윈 드두드의 비밀] 결말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4. 아름다운, 지극히 선한 인물들

 

추리물답게 악당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지극히 선한 인물들도 많이 등장하여 애틋하게 만든다. 오스굿, 정의의 사도. 모두를 선의로 똘똘 뭉쳐 있을 거라 믿는 진지한 청년, 명석한 두뇌와 애틋한 감성, 연민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에 홈빡 빠지게 된다. 그의 드러나지 않는 연인 레베카도 마찬가지이다. 그 정숙하면서도 당차고 머리 좋은 여인, 담력과 기지를 발휘하여 오스굿을 지켜준다. 개과천선한 인물도 등장하는데 대표적인 게 잭 로저스다. 악행을 일삼다 뒤늦게 후회하고 오스굿을 결정적으로 돕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 오스굿의 인품과 능력에 감복해 회사를 물려준 필즈도 멋진 인물 중의 하나. 이런 이들이 오스굿을 수호천사처럼 지켜주고 있으니 그는 얼마나 든든했을까.

 

5. 결말은?

 

2권 끝까지 읽어보시라. 대반전이 숨어 있으니, 꼭 읽어보라 권한다. 내용은 안 읽어본 사람은 짐작 불가능일 듯.

 

하여 [디킨스의 최후]는 정말 추리물 같지 않은 추리물이다. 다른 장르로 분류해도 여전히 많이 읽힐 작품이다. 머리와 감성에 골고루 자극을 줄 멋진 소설이다. 중간을 건너뛰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볼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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