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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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 겨우 겨우 읽어낸 듯합니다. 쭉 읽히지 않고 호흡이 자꾸 끊어지는 통에 얼마나 자주 멀어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다시 잡는 덴 또 어찌나 엄두가 나질 않던지. 간신히 읽긴 읽었는데, 이제 읽고 나니 더욱 막막해집니다. 도대체 정리가 되질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게 60년대 얘긴지 라잇 나우, 작금의 상황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여전히 우리가 끌어안고 있는 고민을 담고 있는 생생한 것이어서 자꾸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고전은 고전인 것 같습니다. 그 생명력이 일시적으로 반짝하고 명멸해버리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내용은 토막토막 단절적으로 두서없이 배치되어 있고 메타포도 거두절미 아무런 단서도 없이 군데군데 깔려있어 읽어내기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겨우 얼개를 잡은 건 책 말미에 나오는 번역자 김성곤 님과 브라우티건 작가의 대담을 읽고서였습니다. 소설의 난해하고 무질서한 폭과 깊이에 비해 작가의 이야기는 매우 정선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의 송어낚시가 사실은 실체를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람 이름이기도 하고, 장소이면서 때로는 펜촉이기도 한, 그러면서 아무 것도 아닌 무(無)이기도 하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환경 파괴와 인간성 상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히고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탐색 여행 과정에서 어렸을 때 아름다운 폭포로 보였던 것이 실은 나무 층계나 대리석 이었다든지 하천들은 모두 아스팔트가 되었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상실감과 좌절감의 다양한 표출이 여러 형태로 변주되는 송어낚시로 대변된다는 얘기겠지요.

 

소설의 형식면에서도 파격에 파격이라 하겠습니다. 기존의 스토리텔링 위주의 픽션을 기대했다간 너무도 큰 실망감을 맛 볼 것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흔히 키치라 불리는 패러디와 변주의 기법을 많이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멜빌의 [모비딕]에 나오는 묘비명의 형식을 빌어서 표현한 대목이나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에 나오는 폐차장의 모습을 오버랩시키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익숙한 표현과 기법으로 독자들이 비교적 친숙하게 작가의 상상력 범주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래도 어색하고 낯설기는 여전하지만요.

 

하여 [미국의 송어낚시]는 지금도 여전히 전위적인 내용과 형식의 작품 범주에 넣을 수 있을 듯합니다. 영원히 청년의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그 기백과 실험정신은 아직도 생기발랄함을 간직하고 있지 때문입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는 읽기에 힘겨웠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얻은 책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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