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왜 국가론인가?

 

유시민의 글을 접하고 이 시대에 웬 국가론이람? 하고 뜬금없게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문을 누구나 품고 있으리란 걸 알면서도 유시민은 짐짓 내색하지 않고 논의를 풀어나가다 글 말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연유를 슬몃 밝힌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극우 세력을 위해 썼다고 말이다. 과거에는 독재자의 철권 정치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폭민정치랄까, 어리석은 다수의 배타적 신념이 더 문제인 시대가 되었다. 그들은 당연히 개인의 자유와 권리, 행복보다는 국가 유기체의 이익과 기풍을 중시하는 국가주의적 국가관에 철저히 경도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사고와 행동방식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극단적 정신세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유시민은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국가론의 얼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계몽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국가에 대해 자신과는 상충되는 요구와 기대를 가진 사람들도 존재함을 내심 받아들일 수 있어야 생각의 차이를 넘어 양보와 타협, 더 나아가 통합의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이니 말이다. 다양한 국가론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와 그것의 성격 및 필요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자기들만의 누에고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낯선 것에 대해 경계심과 적의를 품게 되는데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려면 그것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특성에 대한 지적 파악이 먼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극단적인 배제와 증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이 한 쪽 관점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전개되는 국가론을 개론서 집필하듯 소개한 연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좌표는 어디쯤일까?

 

유시민은 이런 연유에서 국가주의적 국가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러 국가론을 톺아보고 있다. 자유주의 국가론, 사회주의 국가론을 살핀 다음 안보, 발전, 민주와 복지국가를 아우르는 국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가치중립적인 이론 소개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여러 번에 걸쳐 커밍아웃하고 있다. 군데군데 내비치는 면모로 볼 때 그의 좌표는 민주와 복지 사이 어디쯤에 해당하는 것 같다. 굳이 명명하자면 진보자유주의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를 거부하는 자유주의 국가론을 바탕으로 하되 정의로운 국가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좌표축에서 보자면 중도에서 약간 좌 클릭한 것이라 하겠다. 유시민은 자신은 결코 순수 진보주의자가 될 수 없는데 왜냐면 그들의 속성이 지나치게 신념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너무 안이하고 방법론도 혁명적 변혁만 생각하지 정치적 조정과 타협이라는 과정은 무시하고 있어 현실적 대응이 서투르다 보고 있다. 자유지상주의도 개인주의에만 함몰되어 시대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는 무책임한 처세라 본다. 하여 그는 이 둘 사이쯤에 발을 딛고 있다 하겠다.

 

그럼 나에게 이 책은 무엇인가?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사뭇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시사하는 것들을 토대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우선 다양한 국가론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과학적, 객관적 국가 이해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좌와 우의 성격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유시민의 경고처럼 우파는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성을, 좌파는 이념 과잉에 따른 미숙함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을 파악하고 선거나 투표과정에서 선택의 근거로 삼고자 한다. 또한 이념 성향이 진보에 우호적인 입장인 나로서는 좌파의 지리멸렬 분열된 상황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제시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진보 진영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동원 가능한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통합을 이루어야 혁명이라는 극단적 방법이 아닌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진보 세력의 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후보연합, 선거연합, 정치연합을 넘어 연합 정당을 결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주도할 지도자는 베버의 책임윤리와 칸트의 도덕법칙, 그리고 베른슈타인의 점진적 민주적 방법론을 이해하고 실천할 역량과 심성을 지닌 자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극 공감하고 그런 방법론과 지도자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해야하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미덕을 두루 지닌 진보 진영 지도자가 나와서 진영을 아우르고 국민들에게 어필하여 민주적인 정부 수립에까지 이르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하여 이 책은 계몽서로도 읽히고 진보진영 집권 지침서로도 다가오기도 한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방점이 다르게 찍히겠지만 누구에게나 나름의 유의미한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값진 저작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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