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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평점 :
책을 좋아하여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왠지 실용서 내지는 자기 개발서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책이란 그런 얄팍한 처세술이나 다루는 게 아니란 어떤 고정관념 같은 것이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일종의 결벽이라 할까, 선비연하는 왜곡된 선민의식이랄까 하여간 순수 문학이나 정통 학술 서적만 제대로 된 책이라 인정하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다고 자인한다. 시대의 트랜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끔 말이다.
그러니 세상사 돌아가는 것과는 담 쌓고 글만 읽는 샌님이랄 밖에. 하여 번잡한 일상사에는 거의 문외한 수준이고 재능이 필요한 부분은 젬병이기 일쑤여서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 취급을 자주 받을 정도이다. 보다 못한 아내가 권고하기를, 도움 되는 책 좀 골라 읽고 세상 이치 파악할 수 있는 문리가 좀 틔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어도 싸다 하겠다. 그런 아내가 [스눕]을 소개해줬다. 내게 딱이라고 말이다. 선물 받기는 했지만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머뭇거리다가 아내의 성의도 있고 하여 몇 장 들춰봤는데 유용한 자료이긴 하지만 여전히 썩 마음을 끌지는 않는 듯했다. 그래도 꾹 눌러 참고 읽어보았다.
이 책은 몇 가지 근거를 가지고 인간 심리를 파악하는 방법을 담고 있었다. 생활하는 장소나 소지품만 가지고도 그 사람의 성격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였다. 마치 점쟁이들처럼 말이다. 곧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 차이를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타인에 대해 가지는 인상 형성 과정에 대한 스킬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타인이 남긴 흔적들, 행동양식의 잔여물을 통해 상대의 성격을 꿰뚫어 보고 지적 수준, 취향, 성향 등을 분석하여 그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원리를 들고 있었다. 특히 상대방 분석을 역으로 활용하면 그가 원하는 모습의 나를 만들어 갈수도 있을 듯 싶었다.
이처럼 이 책은 독창적인 연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여 그렇고 그런 실용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사람을 꿰뚫는 예리한 안목을 길러 줄 거리로 빼곡하니 말이다. 이제 내 고정관념에도 서서히 실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