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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아래 잠든 시인 - 자연을 노래한 3인 시집
송수권.나태주.이성선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근자에 와서 생태적 삶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산업혁명 이후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가져온 한계에 대한 반향으로 새로운 지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관념적 이미지로서 이를 상정하고 있을 뿐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태학적 세계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들 가운데에는 작가들도 꽤 있는데 -이는 생태라는 분야가 감수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들도 실생활과는 유리된 상상으로서 자연을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의 생태시가 문학 작품으로서는 뛰어나다 하더라도 왠지 공허하여 우리의 감성을 절절하게 울리기에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별 아래 잠든 시인>의 공동 저자인 송수권, 이성선, 나태주 세 분은 이러한 세태와 일정 부분 동떨어져 있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생태와 일체가 된 의식을 가지고 자연에서 우러나온 노래를 나직하고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가 소박하고 자그마하며 꾸밈이 없다. 그러나 그 울림은 여느 시와 비길 수 없이 가녀리면서도 끈질기게 우리의 의식과 심성에 전해져 와 그윽하게 머물곤 한다. 특히 설악산 자락에서 별을 벗삼아 가난한 삶을 꾸려나가다가 별 나라 친구들에게로 간 이성선의 시는 더욱 그러하다. 가식이 없고 인간의 고약한 냄새가 배어 있지 않다. 순진무구 안빈낙도의 삶을 살다가 하늘로 승천한 것이다. 마치 고운 최치원이 가야산에서 우화등선한 것이나 천상병 시인이 아름다운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간 것에 비길 수 있겠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켜 줄 한 줄기 싸아한 맑은 바람, 한 모금 들이켠 차디찬 생수 같이 청정한 시의 세계에 빠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