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부터 보아 온 신영복 선생님은 좁은 가슴과 짧은 머리로는 담고 헤아릴 수 없는 구름 위의 스승이었다. 그런 선생님의 심원한 사려가 담겨있는 많은 저작 가운데 나는 단연 <나무야 나무야>를 최고의 절편(絶篇)으로 꼽는다. 이 책에는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지혜가 온축되어 있는 수많은 경구들이 글 속에 녹아들어 자연스레 어울리는 가운데 신영복 선생님 정신세계의 진수가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 그 경구들과 이를 버무린 문장들을 혹여 다른 사람이 사용했더라면 겉멋을 부렸다던가 지적 과시에 지나지 않다던가 너무 진부하다던가 하여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 터인데 선생님의 그것이기에 고스란히 의미가 살아나고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와 우리를 그의 영적인 자장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열락(悅樂)은 그 기쁨을 타버린 재로 남기고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준다.'(35쪽)'사람은 부모를 닮기보다 그 시대를 더 많이 닮는다고 하였지만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14쪽)'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78쪽)하나같이 국토를 기행하는 가운데 떠올린 인간에 대한 애정, 사회 구조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 시대의 정서와 이념을 끌어안고 안쓰러워 하는 심정 등 간절한 마음이 아니고는 찾아내고 그려낼 수 없는 빼어난 문장들이다. 그 가운데는 물론 생태와 인간, 자연과 인위, 이윤과 정의, 개인과 시대 및 지식인의 사명 등 우리가 들 수 있을 만한 당대의 화두란 화두는 모두 녹아있다. 거대 담론의 소재들을 총람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만하다. 그러므로 그의 글은 우리의 지(知), 정(情), 의(意)의 전 분야를 두루 도야할 수 있는 가마불이라 할 수 있겠다.(더구나 여성성이 배어있는 경어투의 문체, 단아하고 짧되 놀라운 지혜가 스며있는 문장 등 잘 읽혀지면서도 의미가 실려있는 글이기에 형식과 실질 양면으로 탁월한 글이란 어떤 것인지를 전범으로 보여주고 있는 최고의 명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