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 -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한 자기성찰의 거울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계급문제와 민족문제는 물론이고 전근대적 폐단까지 망라되어 있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가히 사회 문제의 풀 옵션 버전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대다수 한국인들은 이러한 모순의 눈, 구조악의 핵심에 처해 있어서인지 그것의 해악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이며 심지어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눈을 떠서 그 해결이 절박한 문제임을 먼저 깨달은 이들은 시급히 비상등이라도 켜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혼탁한 질곡의 자장에 휘둘려 자기 소외 지경인 사람들에게 그래도 영혼이 덜 오염된 이들이 경종이라도 울려야겠기에 말이다.

그러나 맑은 영혼들의 개인적인 시도만으로는 공고한 모순의 성채를 허물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일이 깨인 이들의 사회적 연대이다. 전근대적 의식에 얽매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계몽시켜서 문제 해결 과정에 동참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고상하고 우아한 담론과 행동으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경박하고 소란하게 보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세화의 앞선 저작들과 글의 톤이 달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 그들이 개인적으로 비상등을 켜는 것보다 더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방책이 신호등을 건설하는 일일 것이다. 상시적인 의식화, 집단적 계몽을 위한 제도적인 접근 말이다. 이를 위한 사회적 역량 구축과 법규의 제정 및 개정을 위한 힘겨운 싸움에 맑은 영혼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 고단한 역할을 자임하며 혼탁한 진흙 밭에 맨발로 들어선 시대의 표상 홍세화를 따라서 맑은 영혼의 벗들이여 빨간 신호등을 건설하여 이 질곡의 땅, 모순의 구조를 바꿔 나가도록 분연히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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